구타 후 숨진 일병 '뇌종양' 보고.. 57년 만에 진상 규명

軍사망사고진상규명위 활동 보고
'여러 차례 구타 당함' 기록 확인
1979년 신변 비관 극단 선택 하사
선임 괴롭힘 못 이겨 자해 드러나
"4년간 의문사 721건 진상 밝혀내"

군에서 구타를 당한 뒤 숨졌으나 이를 인정받지 못한 사건의 진상이 57년 만에 밝혀졌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15일 출범 4주년을 맞아 개최한 ‘2022 조사활동보고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64년 6월 입대한 유모 일병은 어지럼증·두통·구토에 시달리다가 1965년 2월 숨졌다. 당시 군 당국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사망원인이 뇌종양으로 기재됐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연합뉴스

하지만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유 일병의 외래환자 진료부에 ‘행동과 말이 느려 여러 차례 구타당함’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육군병원의 사후평가 보고서에서 ‘(사망) 당시에는 뇌종양으로 생각됐으나 이후 만성 경막하 혈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최종적으로 두개강 내 혈종에 의한 사망’이라고 기록된 내용도 추가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망인이 부대에서 어떤 구타를 당했는지 알 수 없으나 구타, 구토, 어지럼증, 전환반응, 만성 경막하 혈종 또는 두개강 내 혈종 등의 기재 사실로 보면 망인의 사인은 구타에 의한 두개강 내 혈종임을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79년 4월 숨진 김모 하사는 M-16 소총을 자신의 흉부에 대고 격발했다. 당시 수사에서는 ‘가정 문제 등 신변 비관’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위원회 조사 결과 김 하사는 선임자로부터 구타, 괴롭힘, 금품 갈취에 시달린 끝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지난 4년간의 활동을 통해 1275건의 의문사 사건을 종결했으며, 512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종결 사건 중 진상이 새롭게 규명된 사건은 721건이다. 이 가운데 60%인 431건은 자해 사망 사건 관련 사안이었다.

위원회는 1948년 11월 이후 발생한 군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부분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시 기구로 2018년 9월 출범했으며, 활동 기한은 내년 9월까지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