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수리남' 정부 반발에 "노코멘트" [인터뷰]

정한별 2022. 9. 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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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이 '수리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시청했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비판을 받거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은 남미 국가 수리남 측의 작품 관련 반발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1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감한 플랫폼의 힘

윤종빈 감독은 그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공작' 등 인기 영화들을 여러 편 연출해왔다. 이러한 그가 드라마를 통해 OTT를 찾은 건 이례적인 행보다. 윤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 플랫폼의 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부터 자동차 보험 담당자까지 연락을 주며 잘 봤다고 했다. 해외 파견 나간 고등학생 동창도 연락을 줬다"며 미소 지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또한 '수리남'을 시청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결과는 제법 달콤하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편안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수리남'에는 리허설 없이 찍은 장면들이 많다. 윤 감독은 "시간이 없었다. 보통 영화는 리허설을 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수리남'을 촬영할 때는 시간이 없으니까 찍으면서 수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여러 제약 속에서도 배우들과 제작진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수리남' 둘러싼 논란

윤종빈 감독이 '수리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넷플릭스 제공

많은 이들의 땀방울을 담아 완성된 작품이지만 '수리남'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수리남의 알베르트 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 장관은 이 드라마가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표현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윤 감독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또한 제목에 대해 고민하던 때를 떠올리며 "'수리남'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다. 가상의 국가로 설정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밝혔다.

작품과 관련해 철저한 취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윤 감독은 '수리남'을 위해서도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는 "마약의 유래, 코카인의 역사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 역의 뿌리가 되는 실존 인물 K씨를 만나 과거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윤 감독은 "내 기준에선 평범한 민간인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전에 투입된 게 납득이 잘 안됐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늘어지는 대본, 예상한 혹평

K씨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가 총격전을 한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단다. 윤 감독은 "영화적으로 표현했을 때 너무 극적인 부분들도 있다"며 "너무 가짜처럼 느껴질 수 있어 뺀 부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K씨의 임무 수행 동력에 대해서도 들었단다. 윤 감독은 "'돈도 잃고 인생도 망했는데 이것까지 못하면 인생에 남는 게 없을 듯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작품적으로 설명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관념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작품에선 가장 큰 동력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게 해주는 돈을 설정했다.

윤 감독은 강인구의 생존 능력, 강인한 생존 능력을 보여주며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전사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전사 부분이 늘어진다는 평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윤 감독은 이러한 혹평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 처지더라도 납득시키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감독으로서의 신념을 드러냈다.


부족한 여성 캐릭터 활약

윤종빈 감독이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그동안 윤 감독의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리남'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지점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쓰지 않으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해왔던 작품들에 여성 캐릭터의 활약을 그려내려는 시도도 했지만 어색하게 느껴졌단다. 그는 "여성 캐릭터가 나와서 극이 풍부해지고 균형이 맞춰진다면 좋을 듯하다.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또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장르물의 색깔이 덜한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그런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길 원하지 않는 듯하다. 스펙터클하고 액션이나 눈과 귀를 자극시켜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누아르, 언더커버 같은 상업적 코드들을 다루는 대신 사람 얘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많이 봐주고 좋아해 주는 게 기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 또한 들려줬다. 이후 윤 감독의 욕심과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작품이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수리남'은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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