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에게 듣는 집값 전망] "현재 집값은 금리가 좌우.. 내년 상반기까지 떨어질 것"
낙폭 예상, 작다 vs 크다 엇갈려
"빠를수록 좋아" "서두르면 안돼"
무주택자 내집마련 시점도 분분
부동산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추석 이후 집값 상승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냉각된데다 대출 금리도 상승하는 추세라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다만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무주택 수요자의 대응 전략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원리금과 이자 상환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집을 사도 문제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 5인 "집값,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떨어질 것"=15일 부동산 전문가 5명에게 하반기 집값 전망을 묻자 "당분간 집값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이 멈추는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한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와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상반기 이후 집값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답했지만,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최소 3년 이상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금리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 강화,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약보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올 하반기 집값 상승은 물건너갔다"며 "미국 연준 금리 상승에 따라 한국 금리 상승도 더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 상승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집값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10월 금리가 올 10월 금리보다 높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도 "시장 가격 조정요인에는 주택 공급과 금리가 있는데 현재 집값은 금리가 좌우하고 있다"며 "현재 집값 전망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고, 금리가 다시 낮아지기 시작하면 내집 마련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이 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부동산 하락세가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익 교수는 "전반적으로 부동산에 거품이 많이 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3년 정도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제 하락 초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점 대비 30~40% 정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냉각… 대세 하락기? 일시적 조정장?=전문가들은 모두 내년 상반기 까지는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집값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하락 폭은 얼마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현재의 주택 가격 하락은 급매물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주택 거래량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 실거래 되는 소수의 급매물들이 실거래 되면서 집 값이 큰폭 하락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어 "집값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라며 "대세 하락기에 접어었다고 말하려면, 집값 하락의 원인이 공급량 증가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하락의 이유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장"이라고 짚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거래수가 매우 적어 자체 인덱스 지수에 나타난 하락폭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현재 최저가 매물들이 실거래 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익 교수는 현재의 집값이 40%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익 교수는 "이제 하락 초기이기 때문에 고점 대비 30~40% 정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집값 하락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주택자 내 집 마련 시기, 언제가 좋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집값 하락과 별개로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미 연준의 금리 하락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집갑 바닥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집은 투자 개념이 아닌 주거복지 개념, 삶의 질과 관련한 개념"이라며 "집값 하락과 별개로 매수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정점의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며 "집값 바닥 시기만 ?는다면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자·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면, 무주택 실거주 수요자의 내집 마련 시기는 언제든지 적기"라고 부연했다.
반면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당분간은 관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익 교수는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원리금 상환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집을 사도 문제가 없겠지만 집값 하락은 감내해야 한다"며 "최소 1,2년 내에 구입을 서두르기 보다는 하락세가 진정된 이후에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집값 40% 폭락설은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급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서기 보다는 가격 메리트가 충분히 부각될 때 까지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급매와 경매 등 알짜 매물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8년, 2008년을 상기해보면 현재의 주담대 금리는 높지 않은 편"이라며 "금리 정점 시기가 언제일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급매나 경매로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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