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유탄 맞은 '타깃 광고'.. 소셜미디어 업체들 실적 악화
고객이 흥미를 가질 만한 상품을 알아서 골라 보여주는 타깃 광고(맞춤형 광고)를 발판 삼아 급성장했던 소셜미디어 업계가 ‘개인 정보 보호’ 역풍을 맞고 휘청대고 있다. 이용자 데이터 수집이 까다로워지면서 광고 효과가 급감하자 광고주들은 타깃 광고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광고 시장에 눈독을 들여온 애플과 아마존 등 경쟁자들은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위기에 봉착한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유지해온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돈을 벌겠다’는 기조마저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면초가 빠진 타깃 광고시장
타깃 광고는 사용자의 활동 기록을 토대로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 광고를 골라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을 둘러본 소비자가 페이스북 앱을 열면 신발 관련 광고가 뜨는 것,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 빵을 검색하면 빵 관련 광고가 유독 많이 뜨는 것 등이 이런 타깃 광고의 일부다.
그런데 각국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며 이용자의 선호도와 구매 의향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에선 기존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보완한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이 지난 7월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새로운 법은 이용자의 실질적인 동의 없이는 타깃 광고 등을 위해 각기 다른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결합하는 것을 금지했다. 정치적 견해나 종교, 성적 지향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는 동의가 있더라도 활용하지 못한다. 또 광고를 보여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왜 이 광고가 뜨는지’를 사용자에게 설명하도록 규정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6월 타깃 광고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미성년자에 대한 타깃 광고 금지 등을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ADPPA)이 발의돼 현재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타깃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삼아온 소셜미디어 업계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최근 국내에서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 업데이트에 동의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메타가 수집하는 정보는 친구 목록부터 위치 정보, 방문한 웹사이트까지 다양하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이를 활용해 사용자 관심을 분석하고 타깃 광고를 띄운다. 반발이 거세지자 메타는 결국 해당 방침을 철회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메타의 정보 수집 범위를 알게 된 일부 이용자는 앱 ‘설정’ 메뉴에서 타깃 광고 동의를 직접 해제하거나 탈퇴를 선택했다.
지난 14일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맞춤형 광고를 하기 위해 이용자 동의 없이 다른 사이트에서 활동한 정보까지 수집·분석했다며 구글과 메타에 각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이다. 두 업체는 이용자에게 관련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기본 설정 값을 ‘동의’로 놓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위원회는 이날 과징금과 함께 ‘이용자들이 다른 사이트에서 활동한 정보를 수집·이용하려면 사전에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애플이 지난해 4월 도입한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직격했다. 아이폰에서 앱을 열었을 때 “이 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느냐”고 묻는 문구를 반드시 넣게 한 정책이다. 만약 이용자가 ‘추적 금지’를 선택하면 세밀한 타깃 광고가 어려워지고, 광고를 보고 해당 광고주 쇼핑몰로 들어가 제품을 구입했는지 측정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모바일 마케팅 분석 플랫폼인 애드저스트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책에 따라 앱 추적을 허용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광고 효과가 떨어지자 광고주들은 타깃 마케팅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마케팅 예산의 90%를 페이스북 광고에 썼던 건강·미용 쇼핑몰 오브비의 마케팅 책임자는 “과거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 평균 30달러가 들었고 고객은 60달러를 지출했다”며 “이제는 (더 많은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해야 해서) 새 고객 확보에 90달러가 들기 때문에 다른 광고 방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 광고 시장 위축은 소셜미디어 업계에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올해 2분기 메타는 매출이 1년 전보다 1%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주가도 올 들어서만 50%가량 빠졌다. 트위터도 2분기에 매출이 1% 줄었다.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은 올해 2분기에 11억1000만달러 매출을 기록, 시장 예상치(11억4000만달러)를 하회했다.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3분기 실적 전망치도 제공하지 않았다.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전체 직원 6500명 가운데 5분의 1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유료화로 살길 모색
타깃 광고 시장이 타격을 입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기업들도 있다. 애플과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최근 분기(4~6월) 광고 실적을 포함한 서비스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96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은 이 가운데 광고 수익이 얼마인지는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선 애플이 앱스토어 검색 광고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이 지도 앱과 팟캐스트 앱 등으로 검색 광고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자체 이용자 데이터를 쌓아놓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역시 지난 2분기 광고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한 8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마케팅 대행사 서플라이킥의 마케팅 매니저인 에두아르도 크루즈는 “아마존 사용자는 이미 무언가를 찾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 기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 모델을 포기하고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이다. 스냅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스냅챗은 지난 6월 말 절친 설정, 프로필 배지 달기, 스토리 열람 확인 등의 기능을 포함한 유료 서비스 ‘스냅챗 플러스’를 선보였다. 이를 이용하려면 한 달에 3.99달러를 내야 한다.
메타도 유료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최근 메타는 직원들에게 자사 앱 서비스 유료 기능을 구축하기 위한 조직을 꾸린다고 공지했다. 메타 수익화 전략을 담당하는 존 헤게만 부사장은 “5년쯤 후에는 유료 기능이 (사업에서) 꽤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역시 작년 트윗 취소와 광고 제거 등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는 광고 대신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구글 커머스 사업부를 이끌었던 빌 레디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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