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집 찾아온 유튜버 때문에 결국 이사..우리 정치는 중년 남성만 대표"

홍인택 2022. 9. 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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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데 여성이고 심지어 지방대생이다. 기득권적 요소가 없는 사람으로서 안에 있는 사람과 뭐 하나 공통분모가 없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지난 대선 정치권에 발을 담근 후 벌였던 '분투'의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주최한 '청년정치와 성평등 민주주의' 대담에서 여성·청년이 한국 정치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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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 버티기 어려운 여성·청년 정치인
실권은 없고 신변 위협 등 폭력에도 노출
"여기서 좌절하고 울고 끝나면 안 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다른미래 시민아카데미’에서 ‘청년정치와 성평등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청년인데 여성이고 심지어 지방대생이다. 기득권적 요소가 없는 사람으로서 안에 있는 사람과 뭐 하나 공통분모가 없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지난 대선 정치권에 발을 담근 후 벌였던 '분투'의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선자 수를 기준으로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2030세대 의원은 3%다. 중년 남성이 대다수인 국회, 특히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세대가 주류인 민주당에서 박 전 위원장은 스스로가 "특히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주최한 '청년정치와 성평등 민주주의' 대담에서 여성·청년이 한국 정치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털어놨다. 박 전 위원장은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하며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활동가로,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선거 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헌·당규상 출마 자격이 없다는 민주당의 판단으로 고배를 마셨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를 공론화하며 대선 당시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끌어모았던 박 전 위원장이지만, 이날 박 전 위원장과 대담을 한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민주당이 박지현의 상징성만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소득이 뚜렷하지 않고 재산도 적은 여성과 청년에게 높은 정치의 벽은 박 전 위원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82일간 있으면서 (교통비나 식비를 쓰는) 카드 하나 받았다. '왜 월급을 안 주지?' 이 생각을 많이 했다"며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아니면 직을 맡기 어려운 환경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다른미래 시민아카데미’에서 ‘청년정치와 성평등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성범죄, 성희롱 등 성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그저 여성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행태가 있다"며 정치권의 문제를 꼬집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동료 의원과 보좌진이 참여한 회의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됐을 때, 최 의원 징계를 주장한 박 전 위원장은 강성 당원으로부터 '문자폭탄'을 받는 등 공격당했다. 박 전 위원장은 "3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받은 문자가 몇 만 개는 될 것 같다"고 했다. '지현아 오빠가 짤짤이가 뭔지 설명해줄게'라는 내용의 문자도 받았다고 한다.

소수자인 여성·청년 정치인에게는 실권이 주어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폭력과 괴롭힘도 뒤따른다. 7월 최 의원 징계에 반발한 한 강성 당원이 박 전 위원장의 주소를 알아내 집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일도 있었다. N번방 가담자들이 '박지현 능욕방'을 만들어 불법 합성물을 유포하는 등 보복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놀랍게도 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결국 6개월 만에 다시 이사를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은 더 많은 여성과 청년이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판을 바꾸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어제 (신당역) 지하철 살해 사건이 터지고 수많은 여성이 좌절하고 아파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좌절하고 울고 끝나면 안 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 연대를 구축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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