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이상 거래 책임 묻겠다".. 이복현, 뒷짐진 은행권 작심비판

강길홍 2022. 9. 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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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상한 외환송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아직 검사가 완결되지 않아 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은행들도 확실하게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 단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려면 그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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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들 "단순 송금 역할" 입장
李 "송금 규모 10조 넘어설 수도"
불법공매도 강력 근절 의지 보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상한 외환송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상 거래 규모가 최종적으로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원장은 15일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광범위한 범위로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면서 "생각보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금액을 떠나서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검사에서 확인된 이상 외환송금 규모는 우리·신한은행을 포함해 총 65억4000만달러(8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자율점검 보고 이후 하나은행, NH농협은행,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은행권에서 단순히 송금 역할만 했는데 내부통제 미비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원장은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아직 검사가 완결되지 않아 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은행들도 확실하게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 단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려면 그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에 상고한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적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CEO가 책임을 질 만한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관심이 많을텐데 법률적 요건이라든가 전제되는 사실관계를 잘 다져야 된다"면서 "향후 CEO에 대한 책임을 가릴 일이 생겼을 때 훨씬 더 세련되고 엄중한 잣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16일로 예정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해 "서로 잘 협력해서 가급적 잘 풀리길 바란다"면서도 "만일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국민들이 기본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비상 계획들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전날 차명 투자 의혹을 받는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자산운용사 전반에 대한 검사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일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겠지만 하나하나 다 점검해보는 식은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제보라든지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경우에만 개별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최근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한 가운데 불법 공매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공매도팀을 만들기 전에도 한달 이상 거래소 무차입 공매도 데이터 중심으로 계속 보긴 봤는데 이와 관련해 책임을 묻는 절차들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서울북부지검 부장 검사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했다. 금감원 역사상 첫 검찰 출신 원장이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것도 이 원장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반복되는 금융회사 사건·사고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물밑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시장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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