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윤공주 "'어차피 혼자' 고독사 주제..관객에 진심 전하는 게 숙제"

강진아 2022. 9. 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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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창작 뮤지컬 '어차피 혼자' 초연 개막
뮤지컬 '빨래' 콤비 추민주·민찬홍 신작

[서울=뉴시스]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배우 조정은, 윤공주. (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어떤 목소리로, 어떤 얼굴로 웃었을까 울었을까. 멈출 순 없었을까."

빨간 일기장을 손에 들고 괴로워하는 독고정순. 남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담당자인 정순은 어느 여름날, 고시원에서 발견된 사망자를 떠올린다. 책상 위에 놓여있었던 곰팡이가 핀 빨간 일기장, 그 속엔 '엄마 미안해 미안해'라고 가득 적혀있었다. 유월의 마지막날 혼자 화장터로 떠난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을 꺼낸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지난 6일 초연의 막을 올렸다. 재개발이 예정된 산장아파트와 남구청 복지과를 배경으로 평범하지만 진한 고독함과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연고 사망담당자인 독고정순은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오로지 죽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다른 이의 죽음을 잘 처리하는 일, 이를 넘어 외로운 죽움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 찬 서산은 유일하게 정 붙일 곳이 길 고양이뿐이다. 이들은 서로가 닮아있는 외로움을 발견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이해하게 된다.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2022.09.15. saebyeok@newsis.com

2013년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됐던 작품으로, 9년 만에 초연을 올렸다. 대학로 신화인 뮤지컬 '빨래'의 두 주역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가가 뭉친 작품이다. 독고정순 역은 조정은과 윤공주, 서산 역은 양희준과 황건하가 맡았다.

조정은은 15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2013년 리딩 작업 때 함께 했었는데, 그때와 지금 받은 대본은 차이가 크다. 연출님과 작곡가님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여러 장치를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낯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을 전달하는 게 중요했고 제게 맡겨진 숙제였다"며 "인물 표현보다 작품 전체가 얘기하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전하는데 중점을 두고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뮤지컬 '어차피 혼자' 공연 사진. 2022.09.15. akang@newsis.com

윤공주는 "창작 뮤지컬은 쉽진 않은 작업이다. 저는 우선 작가, 연출,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표현하려고 한다"며 "어떤 역할이든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며 연구하는데, 정순 캐릭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정순을 통해 제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순은 힘들어서 달리고, 행복해서 달린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나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황건하는 "화려함보다는 극의 의도와 전하려는 말이 중요한 만큼 서산의 역할에 깊이 들어가고자 했다. 어떤 상처와 과거가 있었는지 그 서사에 집중했다. 서산은 정순을 만나고, 남을 위하는 사람을 처음 보면서 성장하게 된다. '어차피 혼자'이지만 때론 '함께'인 것"며 "이 작품이 말하는 건 사회에서 누군가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무겁지 않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왼쪽부터) 송혜선 프로듀서, 배우 황건하, 조정은, 윤공주, 양희준, 민찬홍 작곡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09.15. akang@newsis.com

양희준은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말하는 건 결국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라며 "삐뚤어지고 혼자였던 서산이 정순을 만나 관심을 받고 성장하는데,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표현하는 인물"이라며 "마지막에 '혼자 왔다 혼자 가지만 혼자일 수 없는 게 결국 사람'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서산이 스스로 변화를 느낀다. 이 대사를 위해 달려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는 만큼,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음악 스타일로 표현했다. 민 작곡가는 "첫 넘버 자체가 굉장히 서정적으로 시작하는데,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이라며 "무게가 있는 주제이지만 스며들듯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메시지가 자연스레 다가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담백하고 어쿠스틱하며 클래식한 색깔도 담았다. 음악적 재료를 많이 사용하며 여러 시도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뮤지컬 '어차피 혼자' 배우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2022.09.15. akang@newsis.com

아울러 "2013년엔 지금보다 짧은 형태였다. 그때부터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가 조금씩 대두됐고 추민주 연출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뮤지컬로 다루기 쉽진 않지만 한번쯤 얘기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소외당하고 외로운 분들을 조명하며 따듯하게 위로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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