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제조사·고객·리셀러 연결 허브 도약.. IT 유통계의 쿠팡·네이버 될 것"
1000여개 파트너와 협업.. 선발기업 추격
단품 공급 넘어 융복합 솔루션으로 차별화
작년 매출 1000억 돌파, 내년 2000억 조준
IT솔루션 총판기업 '씨플랫폼'
"쿠팡, 네이버같이 IT유통 시장에서 등대 같은 역할을 하겠습니다. IT솔루션 제조기업과 고객, 제품을 판매하는 리셀러를 연결하고 모으는 플랫폼이자 IT 허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김중균 씨플랫폼 대표는 "통신, 반도체뿐 아니라 IT유통 시장 역시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솔루션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신규 솔루션을 쉬지 않고 검증하고 국내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발굴해 파트너와 함께 키워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씨플랫폼은 아이티센그룹에 소속된 IT 총판회사다. 콤텍시스템의 사업조직이 분리돼 2년 전 설립됐다. 2015년부터 총판사업을 시작해 현재 17개 브랜드, 18개 솔루션을 공급한다. 김중균 대표는 삼성전관, 삼성SDS 출신 IT 전문가로, 2015년 아이티센그룹에 합류한 후 콤텍시스템 총판사업부문 각자대표를 거쳐 씨플랫폼 대표를 맡고 있다.
◇아이티센그룹 계열사와 거미줄 협업=IT총판 시장은 30년 가까운 업력을 가진 대형 기업 몇 곳이 주도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씨플랫폼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다. 그러나 공공·금융·기업 시장에서 광범위한 고객을 확보하고 IT서비스와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아이티센, 쌍용정보통신, 콤텍시스템, 클로잇 등 아이티센그룹 관계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선발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아이티센그룹 소속 컨설팅 기업 INF, 금융솔루션 기업 FNF와도 협력한다. 솔루션 제조사와 리셀러를 연결하는 탄탄한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김 대표는 "한 개 SI(시스템통합) 프로젝트에 적게는 50개, 많게는 100~200개 솔루션이 들어간다. 우리는 각 프로젝트에 우리 파트너들을 연결하는 작업도 한다"고 밝혔다.
총판은 직접 고객과 만나 영업을 하고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파트너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솔루션 제조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파트너들에 교육, BMT(벤치마크테스트), PoC(기술검증)을 지원하고, 시연을 원하는 장소로 기기와 지원인력을 보내주기도 한다. 제조사와 총판, 파트너가 한 팀이 돼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1000여 개 파트너가 씨플랫폼의 파트너로 등록돼 협업한다. 그중 거래가 활발한 파트너는 400여 개사에 달한다.
◇IT인프라부터 클라우드까지=씨플랫폼은 초기에 IBM, 레노버의 IT인프라 제품에서 시작해 솔루션을 늘려 왔다. 제품은 크게 △클라우드 △데이터·AI(인공지능) △보안 △IT인프라 관련 솔루션으로 구분된다. 클라우드 영역에서는 IBM '클라우드팩' 시리즈, 레드햇 'C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기업)'와 '오픈시프트', 나무기술 '칵테일'을 공급한다. 데이터·AI 분야에서는 IBM 'CP4D', KNL소프트의 DB(데이터베이스) 모니터링 솔루션, 제니퍼소프트의 APM(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 툴이 핵심이다.
보안 영역에서도 안랩의 네트워크 보안, 팔로알토의 클라우드 보안과 자동화, 지니언스의 EDR(엔드포인트 침해감지·대응), 넷스카우트의 네트워크 성능관리, 탈레스의 DB(데이터베이스) 보안, 펄스시큐어의 VPN(가상사설망) 솔루션을 취급한다. IT인프라 관련 제품은 IBM의 서버, 스토리지, HPE의 서버, 스토리지, HCI(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레노버의 서버, 스토리지, 히타치의 스토리지와 HCI, 로지텍의 화상회의시스템을 공급한다.
◇구독모델·클라우드발 변화 본격화=최근 IT유통 시장은 하드웨어나 SW(소프트웨어)를 단품 위주로 공급하는 게 아니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털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과금형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다 보니 CSP(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나 MSP(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와의 협력 관계도 중요해졌다. 전통 IT솔루션 기업들도 일회성 비용지불 방식 대신 구독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김 대표는 올초 '투게더, 리뱀프(reVamp)'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리뱀프는 '개조하다', '개편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전환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IT유통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고 변화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면서 "변화를 우리가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융복합 솔루션 공급으로 차별화=핵심은 단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여러 솔루션을 묶어서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또 일회성 공급이 아닌 서비스 방식으로 변화하고 과금모델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 클라우드가 중심이 되다 보니 CSP, MSP와의 협력도 중요해졌다.
김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기업의 하드웨어와 SW를 사던 고객들이 이제 융복합 솔루션을 원한다. 서비스모델로의 변화도 급속하다"면서 "그에 맞춰 우리도 파트너들과 함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플랫폼은 이런 변화에 맞춰 레드햇 CCSP 총판계약을 맺고 국내 CSP, MSP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PE의 구독서비스인 그린레이크 총판도 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화 기술이나 인력을 보유한 파트너들과의 에코시스템을 강화하면서 복합적인 IT유통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제 단순히 서버만 파는 것은 레드오션이다. 융복합 솔루션과 서비스 모델을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서비스부터 과금, 수익배분, 리스크 관리, 역할분담까지 정비할 게 많다. 이런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조직 통해 쉼없이 솔루션 발굴=생태계가 복잡해지면 총판의 역할과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파트너들이 직접 고객을 상대로 영업과 PoC를 했다면 이제 CSP와 SaaS(서비스형 SW)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그들의 수요를 맞추려면 자체 융복합 솔루션도 만들어야 한다. 각각의 기업이 못하는 점을 파고들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플랫폼은 IaaS(서비스형 인프라)부터 OS(운영체제), PaaS(서비스형 플랫폼), 클라우드 보안까지 연결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OT(운영기술) 보안솔루션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이브리드 업무환경 확산에 따라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IT 주변기기 유통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주 콤텍시스템, 시큐센, 굿센 등 관계사와 함께 신규 솔루션을 발굴해 소개하는 내부 행사를 열고, 자체 신기술사업팀에서 쉼없이 솔루션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검증한 솔루션은 파트너사들에 전달해 함께 시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내년 2000억 매출 목표…"스타트업처럼 뛰겠다"="후발주자인 만큼 아직 스타트업처럼 바삐 키워야 한다"는 김 대표는 지난해 20% 매출 증가에 이어 올해 30%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총판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 1000억을 처음 돌파해 1100억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600억을 예상한다"면서 "IT업계가 평균 6~7% 성장하는데 우리는 훨씬 빠르게 크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핵심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해 내년에는 2000억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3년 후 매출목표는 4000억이다. 규모와 함께 질과 역할도 키워가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의 신념은 IT산업에서 총판이 허브이자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총판은 플랫폼화돼야 한다. 제조사와 고객, 리셀러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겠다"면서 "영업정보 등록부터 발주처리, 대금지급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IT시스템을 만들고, 이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협업과 소통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1000여개 파트너가 쉽게 일하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직원 한명 늘리는 게 힘든 그들이 재무부터 발주관리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이라며 "올해중 플랫폼 설계를 끝내고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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