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박물관, 고구려·발해 뺀 연표 철거키로

김은중 기자 2022. 9. 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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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국가박물관의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 게시된 ‘한국 고대 역사 연표’. 표 왼쪽 ‘시대/왕조’ 칸 위에서부터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고조선, 신라, 백제, 가야,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라고 적혀 있고 고구려와 발해는 빠져 있다. /웨이보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가 제외된 한국사(史) 연표를 게재해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이 15일 문제가 된 연표를 오늘 중으로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5일 방한한 가운데, 중국이 한국 내 여론 악화에 따른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문제가 된 특별전의 한국사 연표 게시와 관련해 “우선 철거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연표에 대한 우리 외교 당국의 항의를 받아들인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부 안은주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역사 문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각급 외교 채널을 통해 수차례 엄중히 문제를 제기하고 조속한 시정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고구려, 발해사가 포함된 정확한 연표로 다시 전시할지에 대해서는 양국이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이와 함께 2004년 최영진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간 구두로 합의한 이른바 ‘5대 양해 사항’에 대한 존중의 뜻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인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한중 외교 갈등이 격화하자 당시 한중은 ‘중국이 교과서와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구두 양해안에 합의했다. 또 양국 국립 박물관이 소통 채널을 구축하자는 뜻도 밝혔는데, 이는 상호 소통을 강화해 이번과 같은 유사 사례를 재발 방지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우리 외교부 항의를 받아들여 사실상의 시정(是正) 조치를 한 것이 리잔수 위원장의 방한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리 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카운터 파트인 김진표 의장과 한·중 국회의장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연표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으로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이번 방한의 취지가 퇴색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한은 2015년 장더장(張德江) 상무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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