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 플러스 가이드-남해도] 걷고 보고 먹고.. 완벽한 3박자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과 다른 섬에 비해 편리한 교통, 경쟁력 있는 먹거리와 특산품, 현지인들의 의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밭뿐이었던 다랭이마을은 식당과 카페가 어우러져 잠깐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곳에서, 몇 시간씩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곳으로 바뀌었다. 금산 보리암 가는 길은 더 편리해졌고, 상주해수욕장은 깨끗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정비되었고, 독일마을은 누구나 하룻밤 머물고 싶은 이국적인 곳이 되어 있었다.
현지인들도 놓치기 쉬운 것들을 세심하게 관광 자원화시켜 놓았고, 그 관광지를 꿰어 놓은 것이 '남해바래길'이다. 남해도와 창선도의 자연미 있는 길과 관광 명소를 연결해 모두 19개 코스, 240km의 걷기길로 만들었다. 바래길 전용 스마트폰 앱이 있어, 길찾기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할 정도로 편리하다.
하이라이트 코스는 8코스와 16코스이다. 8코스 섬노래길은 남해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의 해안선과 작은 산을 넘는 코스로, 솔바람해변과 아찔한 투명 전망대인 설리스카이워크, 설리해변, 남망산 전망대 등을 잇는 14km 걷기길이다.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방식이며, 금산, 상주해수욕장, 독일마을이 비교적 가까워 다른 관광지와 연계 편의성도 높다.
16코스 대국산성길은 남해읍내의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가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대국산성에 오르는 16km 걷기길이다. 백미는 대국산(371m) 정상의 산성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잘 정돈된 하늘정원 같은 길로, 색다른 조망의 즐거움이 있다.
남해는 음식이 좋은 맛집과 실내외관이 훌륭한 분위기 맛집이 많다. 가천 다랭이마을 해바라기식당(0507-1304-8743)은 정감 넘치는 곳으로, 남해 특산물인 멸치와 시금치를 비롯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이 일품이다. 매콤하게 조리한 멸치에 야채 쌈을 싸서 먹는 멸치쌈밥(1만 원), 싱싱한 톳멍게비빔밥(1만 원), 아낌없이 해산물을 넣은 해물파전(1만 원)은 설흘산 산행 후 허기를 달래기 제격이다.
남면 남해자연맛집(055-863-0863)은 전복죽 맛집으로 남해안 앵강만에서 해녀가 직접 채취한 전복으로 요리한다. 전복죽(1만5,000원), 전복미역국(1만5,000원), 전복회, 전복해물라면(1만 원) 등이 인기 있다. 남면 주란식당(862-9828)은 집밥처럼 나오는 정식(8,000원) 맛집으로 찌개와 갈치구이 외에 10가지 밑반찬이 나오는 가성비 백반집.
남면 백년유자(864-6004)는 SNS 촬영 명소로 핫한 남해에서 수확한 유자로 음료를 내어놓는 카페. 일본 감성 가득한 외관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실내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자에이드(6,500원). 남해 방문 목적이 '예쁜 사진 찍기'라면 남면 섬이정원(010-2255-3577)이 필수 코스(입장료 5,000원). 이곳은 사설 식물원으로 다랭이논을 9가지 테마의 정원으로 예쁘장하게 가꾸어 놓았다.
설천면의 상상양떼목장 편백숲(0507-1339-5300)은 귀두산(378m) 사면에 자리한 10만 평에 양떼가 뛰어노는 사설 목장 겸 편백숲(입장료 9,000원)이다. 목장 뒤로 바다가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다 경치 좋은 카페로 서면 헐스밴드(0507-1310-9332)가 있다. 장항해변 앞에 위치해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직접 로스팅한 페루산 유기농 커피(4,000원)와 화덕피자(1만7,000원)를 맛볼 수 있다.
남해읍내의 카페아몬드(864-2398)는 파운드케익, 크로플, 파니니 등 디저트가 맛있는 집. 입안에서 눈처럼 사르르 녹는 실타래빙수(1만2,000원)는 통단팥과 실타래 같은 눈꽃얼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조합의 식감이 달콤하다.
미니 인터뷰 | 행복베이커리 김쌍식 사장
남해의 '빵 만드는 천사'
남해 읍내에는 천사 같은 사내가 있다. 매일 아침 등굣길 아이들을 위해 빵 100여 개를 선반에 올려둔다. 초중고생들이 아침 굶지 말고 공부하라고, 무료로 빵을 가져가라고 올려놓는 것. 저녁 시간,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하교하는 아이들을 불러 빵을 쥐어 주었다. 누구 집 살림살이가 팍팍한지 알기에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을 불러 빵을 쥐어 주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아이들의 "감사합니다" 인사와 고마움을 삐뚤삐뚤 적은 손편지가 쇄도한다.
그 빵을 만들기 위해 김쌍식(48세)씨는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빵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지나칠 정도로 마른 체형이지만 "젊을 때는 매일 15시간 넘게 빵을 만들었다"며 "일이 엄청 수월해졌다"며 활짝 웃는다. 지역 복지회관에도 틈날 때마다 빵을 기부하여 'LG의인상'을 받고 TV에도 출연했다.
유명해진 덕분에 "빵 나눔에 쓰라"며 금전 후원을 하겠다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일절 돈을 받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은 돈은 제 돈이 아니다"라며 "기부도 내 몸을 굴려서 해야 한다"고 말한다. 택배로 빵을 구입하겠다는 전화도 많이 오지만, "남해 특산물인 유자, 시금치, 마늘 등을 넣은 신선한 재료로 만든 빵이라 택배 배송 중에 상할 수 있다"며 매장 판매 원칙을 고수한다.
평생을 싱글로 지낸 까닭을 묻자 "공짜로 빵 나눠 주는 남자에게 올 여자가 누가 있겠냐. 읍내 아이들이 내 딸이고 아들이다"라며 한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야 간판의 '행복 베이커리'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남해에 가면 정말 행복을 주는 빵집이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