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1만2,345개 산과 봉 오른 문정남씨 "지도상의 산이란 산은 다 오르겠다"

신준범 기자 2022. 9. 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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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에 있는 산들은 모두 다 가고 싶다."

고교 교사 출신이면서 산꾼으로 변신한 문정남(76세)씨를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영월 코끼리봉(818m)을 오르며 문정남씨가 1만2,345개(공식적 산 명칭과 상관없이 봉우리 기준으로 산정한 개념·편집자 주) 산과 봉을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을 연 것이다.

문정남씨는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오른 산을 정리한 엑셀파일을 인쇄해서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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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에 있는 산들은 모두 다 가고 싶다."

지난 11월 9일 서울 신림동의 한 식당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산꾼들이 모였다. <신산경표> 저자인 박성태 선생, 우리나라에서 산을 가장 많이 오른 이들로 구성된 만산회의 이종훈 회장, 2013년 83세의 고령에 2,000번째 산을 오른 박영근 옹, 2,8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오르는 산마다 시조를 써 <일천산의 시탑> 1, 2권을 펴낸 김은남 시인, 1만1,000여 개의 산을 오른 심명보씨, 대간 정맥 기맥 지맥을 모두 완주한 강형태씨, 6,000여 개의 산을 오르고 정상 표지석이 없는 산에 정상 안내판을 달고 있는 서천의 박건석씨, 백두대간을 13번째 종주하는 정병훈ㆍ하문자씨 부부 등등…. 이밖에도 수천 개의 산을 기본으로 오른 워킹산행계의 최고수 6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고교 교사 출신이면서 산꾼으로 변신한 문정남(76세)씨를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영월 코끼리봉(818m)을 오르며 문정남씨가 1만2,345개(공식적 산 명칭과 상관없이 봉우리 기준으로 산정한 개념·편집자 주) 산과 봉을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을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정남씨는 "티끌 모아 태산이 과장된 말이 아니란 걸 체험으로 느꼈다"며 "하나씩 하나씩 오른 산이 이렇게 많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바쁜 와중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날 자축연에서 오지산행 전문 안내산악회인 청산수산악회는 그에게 감사패를 증정했으며, 김은남 시인은 축시를 낭송했다. 김 시인은 축시에서 '살을 에는 눈밭길을, 살벌한 낭떠러지 절벽길을, 따가운 가시덤불을 헤쳐서 산행의 금자탑을 쌓았다'고 문정남씨를 높이 평가했다. 문정남씨는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오른 산을 정리한 엑셀파일을 인쇄해서 나눠줬다. 산 이름, 높이, 위치, 날짜,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경우 회비 등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골수 산꾼들이 인정하는 최다 산 등정자인 문정남씨는 등산으로 암을 치료해 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직장암에 걸려 65kg이던 몸무게가 45kg까지 줄고,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으며 간으로 암이 전이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 "암세포가 가장 싫어하는 게 산소"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는 등산으로 치료를 하자고 결심했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산을 올랐다. 일주일에 4~5일을 전국의 산을 찾아 다녔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며 말려도 차라리 산행하다 죽겠다고 맘을 굳게 먹었다고 한다. 산에 가면 큰 나무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빌었으며 500개의 산을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500개의 산과 봉을 오르자 다시 1,000~2,000개로 목표를 늘렸고 그러던 중 암이 완치됐다. 담당 의사는 "1,000명에 1명꼴로 이렇게 나을 수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완치 이후에도 매일 산을 올라, 1만2,345개에 이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유명한 산은 이미 오래 전에 다 다녀왔기에 지금은 대부분 등산로가 없는 산을 개척해 산행한다. 고행에 가까운 힘든 산행이지만 "지도상에 있는 산은 모두 다 가고 싶다"고 말하는 문정남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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