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태양광 이권 카르텔' 발언

한겨레 2022. 9. 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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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일부 위법 사례를 겨냥해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4일 국무총리실에서 내놓은 전 정부 시절 태양광 지원사업 표본조사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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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일부 위법 사례를 겨냥해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위반되는 부분은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며 사실상 수사를 예고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이 최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태양광 지원 사업에 투입된 전력기금 12조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엄단’ 방침을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온 마당이라 대규모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4일 국무총리실에서 내놓은 전 정부 시절 태양광 지원사업 표본조사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총리실은 대선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에 걸쳐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2곳과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조사해 2600억원이 넘는 위법·부당지원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사업 대상의 5%를 조사해서 이 정도가 나왔으니 조사 범위를 넓히면 사례와 액수는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별 근거도 없이 ‘카르텔 비리’라고 단정한 것은 성급하고 지나친 비약이다. 앞서 대표적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운동권과 시민단체로 이어졌던 태양광사업 비리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자칫 전 정권 사정의 또다른 소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경에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태도도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기화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폐기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문 정부가 5년간 바보 짓을 했다”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조해왔는데, 총리실 발표가 나오자마자 권 원내대표는 “보조금 따먹기로 전락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침소봉대가 또 있나 싶다.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이 낮고,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정책의 변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마침 이날 삼성전자가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가입을 선언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의 세금을 빼먹은 음습한 비리는 엄히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의 비리를 빌미 삼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 자체를 과거로 돌리는 역주행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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