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6년간 숨겨야 했던 초상화

김인수 2022. 9. 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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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하는 전통이 시작된 건 1978년이다. 현직인 지미 카터가 전직인 제럴드 포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드 부부의 초상화를 언론 앞에 공개했다. 카터는 민주당원이고 포드는 공화당원으로 당이 달랐다. 그러나 카터가 포드의 초상화 앞에서 한 말은 존경으로 가득 찼다. "나보다 그를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위기와 긴장의 시기에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 지식과 경험으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이후에도 현직과 전직 대통령의 당적이 달랐던 경우가 여러 번이었지만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까지 초상화 공개의 전통은 지켜졌다. 당시 민주당 출신 현직 대통령 오바마는 공화당원인 전직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입장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는 그 차이를 초월한다"는 말로 부시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부시 역시 현직 대통령이던 2004년에 민주당 소속의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을 초청해 "백악관을 에너지와 기쁨으로 가득 채웠던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오바마에 뒤이어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그 전통을 끊었다. 공화당원인 그는 오바마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이 달랐던 오바마를 싫어했다고 한다. 오바마 부부의 초상화는 민주당원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지난 7일 공개됐다. 오바마의 아내 미셸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샤론 스프렁은 언론 인터뷰에서 "9개월 걸려 그린 그림을 6년간 내 스튜디오에 숨겨놓아야 했다"고 했다. 백악관에서 공개 행사가 열릴 때까지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역시 트럼프의 초상화 공개 행사를 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이제 미국 대통령도 당파를 초월해 미국인 전체의 대통령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싶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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