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느끼는 대로 연기하는 배우"..하정우 "생각한 대로 만들어내는 감독"
윤 "내가 제일 잘 아는 배우, 상대 반응따라 훌륭한 연기"
하 "마피아게임 장면 대사 많고 총격전은 3일 촬영, 가장 힘들어"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는 한국 영화에서 ‘페르소나’를 말할 때 첫손에 꼽힌다. 둘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윤 감독의 작품 가운데 하정우가 나오지 않는 것은 2018년작 ‘공작’이 유일하다. 9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공개한 6부작 ‘수리남’에서도 함께하는데 애초 하정우가 작품의 바탕이 된 실제 사건의 녹취록을 윤 감독에게 소개하며 연출을 제안했다. 하정우는 수리남을 무대로 마약 밀매를 하는 한국인 가짜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한 비밀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강인구를 연기한다. 하정우와 윤 감독을 각각 13일과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정우는 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데 대해 “이런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 윤 감독의 전작들과도 맥락이 닿는다. 윤 감독은 전작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주변의 말에 연출을 결정했다. 그리고 제작에 들어가며 하정우를 처음부터 강인구 역할로 정했다. 윤 감독은 “훌륭한 배우인데 왜 활용을 안 하겠는가”라며 그에 대한 믿음을 재차 확인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를 제일 잘 아는 건 맞다”며 “상대 역과 반응에 따라 느낀 대로 연기하기 때문에 1·2번 테이크가 가장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하정우 역시 윤 감독에 대해 “평상시는 매사 귀찮아하면서도 현장에서는 본인이 생각한 대로 기어이 만들어내는 걸 보면 대단하다. 정말 집요하다”고 전했다.
극 중 강인구는 집 전세금과 자식들의 학업성적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평범한 아버지상을 연기한다. 하지만 조직원들을 유도 기술로 넘어뜨리는가 하면 총격전에서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총기도 능숙하게 다룬다. 하정우는 “영화적으로 허용된 캐릭터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윤 감독은 “(마약 사범 조봉행 검거 작전에 투입된) 실제 인물을 직접 만나보니 총알이 빗발치는 위험을 감내할 만큼 강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한 가정 환경부터 결혼하는 과정, 의정부에서 카센터를 하면서 부업으로 노래방을 하고 미군 부대에 납품하며 영어를 익히는 등 모든 것이 그의 실제 이야기다. 다만 그 인물의 실제 인상대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거칠고 투박해질 것 같아서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본질은 유지한 채 하정우의 능글맞은 캐릭터를 입혀 영화적으로 치환했다고 윤 감독은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팬데믹 상황이라 일부 장면만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찍었고 대부분은 전주·제주 등지에서 촬영했다. 윤 감독은 “위궤양·십이지장궤양 때문에 밥을 못 먹었다. 작업을 마치고 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온몸이 난리가 났더라”고 돌아봤고 하정우도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다시 돌아가면 못 찍을 것 같은 장면으로 첩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벌이는 ‘마피아 게임’ 장면과 텔레토비 의상을 입은 채 벌인 총격전을 꼽았다. 그는 “총격전 장면의 경우 한 컷에 찍은 게 아니라 여섯 컷에 걸쳐서 촬영하는 바람에 3일간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찍느라 힘들었고 마피아 게임 장면은 대사도 컷 수도 많아서 같은 연기를 정말 많이 반복해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미국 드라마에서 감독 한 명이 모든 에피소드를 연출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이건 불가능의 영역”이라며 다시 드라마를 만든다면 “여러 명이 돌아가며 찍도록 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수리남’은 14일 기준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3위에 오르는 등 인기 순항 중이다. 윤 감독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소셜 미디어에 리뷰를 올렸더라. 작업 당시에는 생각도 못 했다”며 “파급력이 다른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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