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파업 주동자 책임 못 물어..노동법 전문가도 "위헌적 발상"

김희래,문광민,박윤균 2022. 9.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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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정의당, 노조법 개정안 강행 움직임
불법 쟁의행위로 손해 입어도
노조 상대 손배·가압류 못해
재산권 보호등 헌법 정면위배
"주동자 해고·대체근로 확대
사측 방어수단 함께 논의를"
국힘, 입법 추진에 거센 반발
"노란봉투법은 황건적 보호법"

◆ 巨野 입법 독주 ◆

이은주 정의당 의원(왼쪽)과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지회장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의당까지 나서 야권이 이른바 '불법파업조장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와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기업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사실상 모두 잃게 돼 노사관계의 '노조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편향된 노사관계는 결국 노조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노조법에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너무 좁게 보고 있기 때문에 많은 파업이 불법행위가 되고 손해배상·가압류가 되고 있다"며 "합법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이 노조의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조항을 추가하면서 '폭력·파괴행위'는 예외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도 손해 발생이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됐다면 임원·조합원 등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조항으로 상쇄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과거 정부부터 노조법이 계속 문제가 됐음에도 위헌 소지부터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있어 (통과가) 쉽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그는 "(노조법 개정안의) 법적 쟁점과 관련해서는 위헌 소지 여부를 비롯해 전체 노사관계를 검토해야 하고, 재산권 등 권리 간 침해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입법 독주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수 의석을 내세운 야당의 노조법 개정안 입법 추진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법파업으로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되는데 이를 용인하는 법안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동법에 정통한 A대학 교수는 "불법파업을 용인한다면 사측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범위 확대, 파업 주동자 해고 규정 등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야권의 무리한 입법이 되레 노동·시민단체의 자충수가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파업의 발생 원인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배소를 전면 금지하도록 한 개정안 외에 다른 대안들도 거론된다. 손배소를 허용하되 대상을 노조원이 아닌 노조로 한정하고, 노조 크기에 따라 손배소 금액에 상한을 두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노사 간 진통이 불가피하다. 노조가 손배소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하려면 먼저 노조의 재정 상태가 공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재정 상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헌법 23조에 규정된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불법으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 법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것은 민법에도 어긋나고, 불법행위를 법으로 보호해주는 꼴이 된다"며 "사유재산 훼손 액수에 상응하는 배상을 하도록 하는 재산권 보호 원칙이 노조 활동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 750조는 고의·과실에 따른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3조는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입은 피해 규모와 배상을 청구하는 금액 간에는 간극이 크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금도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금액은 실제로 입은 피해액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기업은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모두 입증한다. 이를 입증하고도 대법원에서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한 달여간 이어진 하청지회의 점거 파업으로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했지만, 지난달 말 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470억원에 그쳤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정의당과 민주당의 노조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거세게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이 노조법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이라고 명명한 것과 관련해 "불법파업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노골적으로 불복하는 행태를 미화한 네이밍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 현장은 분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조법 개정안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불법파업으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손해는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희래 기자 / 문광민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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