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조장" "심의나 제대로" 질타에도..민주당, 예산완박 본격 시동
예산 편성초기부터 국회개입
민주당 6월 발의해 본격 추진
◆ 巨野 입법 독주 ◆
1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 예산·결산 심사기능 강화에 관한 공청회'를 실시했다. 이는 지난 6월 민주당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입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국회 예산 심의기구인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해 상설화하고 국회의 재정 총량 심사 제도와 중복보고서·영기준예산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가 재정 총량과 한도를 국회에 보고하면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하고 예결위가 종합 조정하는 방식을 거치는 구조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초기부터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거야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이자 발의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찬성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어 입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예산 편성 초기부터 국회가 심의에 나설 경우 헌법이 규정한 정부 예산 편성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선·지선에 연거푸 지고 난 뒤 시도하는 '예산완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입법권·감사권에 이어 예산권까지 대통령과 행정부가 가진 제왕적 대통령제 구조"라며 "예산권 관련 제도 개선 논의는 개헌 논의에 앞서 예비 논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입법 추진에 힘을 실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할 때 정부 예산은 400조원이었는데 5년 만에 6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방만한 재정 운영을 하는데도 (민주당은) 일언반구도 안 했다. 지금 와서 개헌이 어떻고, 예산 심의권이 어떻고 하는 것도 만시지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 쏟아졌다.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좋은 의도라 믿고 싶지만 몇십 년간 보면 지역구 예산 늘리기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지역구부터 줄이는 것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현재와 같은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 예산 심의가 공전화되는 우려도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도 예산편성권은 명확하게 행정부에서 쥐고 한다"고 덧붙였다.
류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대표라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그 안에서 우리 재정민주주의나 관련 분야에서 중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법안을 제출할 때 법안 비용 추계부터 하나하나 심도 있게 봐서 재정적 영향도 고려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국회 예산 권한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보기 드물게 증액권이 없어 보완하는 의미에서 법 개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지용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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