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보다·움직임을 듣다..배리어프리 음악극 '합★체'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신비로운 하프소리' '하프소리가 고조되다 경이롭고 웅장한 음악으로 바뀜'
5명의 수어 통역배우가 100분간 뮤지컬 배우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들은 통역은 물론 안무와 연기까지 소화한다. 무대 양 옆 대형 스크린에서는 대사와 음악에 대한 생생한 묘사, 움직임까지 자막으로 볼 수 있다.
국립극장이 15~18일 달오름극장에서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를 초연한다.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함께하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이다. 극단 다빈나오의 상임 연출가이자 20여년간 장애예술인과 다수 작품을 만든 김지원이 연출을 맡아 무장애극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합★체'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를 둔 일란성 쌍둥이 오합과 오체의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다. 키로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떤 시련에도 공처럼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은 공을 가지고 쇼를 하는 합과 체의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생전 가장 좋은 공이 어떤 공인 지를 묻는 합과 체에게 말했다. "너무 커서도 너무 작아서도 안 돼. 두 손에 딱 잡힐 만큼의 크기. 그게 좋은 공이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의 탄력도란다. 실수로 잘못 쏜 공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그대로 깨지지 않고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을 말한단다."
하지만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죽음마저도 서글펐다. 그는 키가 작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고를 당했다. 체는 말한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었다. (…) 난쟁이라는 것 외에,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고등학생임에도 초등학생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키가 작은 합과 체의 가장 큰 고민은 '키'다. 이들은 우연히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계도사를 만나 키가 커지는 비법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특별수련을 떠난다. 황당하기까지 한 수행을 한다고 키가 클 리 없지만, 마음만은 훌쩍 컸다.
김지원 연출은 수어 배우와 스크린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수어를 안무로도 활용했다. 안무 속 수어 동작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배우에게 수어교육을 시켰다.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출렁', '통통통', '비틀', '풍덩' 등 사람과 사물의 소리, 움직임을 음악으로 표현해 시각장애인들이 무대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 배역에 두 명의 배우를 올리는 실험도 이뤄졌다. 김 연출은 무장애 공연으로 기획된 만큼 음성·수어·자막 등 다양한 언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나의 배역에 뮤지컬 배우와 무대 경험이 있는 수어통역배우를 함께 캐스팅했다.
수어통역배우들은 무대에서 배우의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고 안무와 연기를 소화하며 청각장애 관객을 위해 수어로 대사를 표현한다. 100분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음성 해설은 마치 라디오극처럼 보지 않고도 관객이 극에 몰입하게 한다.
작품에 나오는 장애인 아버지 역할은 연극·무용·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맡았다. 장애인 당사자성을 담으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국어 문장은 수어와 어순이 다른 만큼 농인이 직접 대본을 번역, 이질감 없이 문장을 전달했다. 프로그램북 역시 점자책으로 제작했다.
김지원 연출은 1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프레스리허설에서 무장애극을 연출하면서 느낀 한계, 그리고 자신의 희망을 밝혔다. "작업을 하며 무장애공연을 추구했지만 무장애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공연을 보며 관객들이 다양한 사람과 언어, 문화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합니다. 무장애 공연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하나의 장르로 자림매김하기를 희망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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