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서 맥주 한잔? 카타르에선 불가능하다네

이용익 2022. 9.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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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오전 1시
스타디움 밖 광장서만 판매

◆ 카타르 월드컵 현장 답사 ④ ◆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에서 판매된 맥주컵.
영국을 비롯한 유럽 축구 경기장에서 맥주는 필수품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축제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어느 정도 제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율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음주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도하 시내의 국제 호텔 등 음주가 가능한 지역이 한정돼 있다. 만일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면 현장에서 체포될 수 있고 3000리얄(약 114만원)의 벌금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100만명에 달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특수 상황에서 끝내 일정 부분 음주 허용이 불가피해졌다. FIFA와 끈질기게 협상한 끝에 카타르는 이달 초 제한적인 맥주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FIFA는 앞서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도 브라질 정부와 협상해 경기장 내 주류 판매 금지를 일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임시법을 통과시키도록 유도한 적이 있다.

나세르 알 카테르 카타르월드컵조직위원장은 지난 8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초청해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일몰 시간인 저녁 6시 30분부터 주류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정책 요점"이라며 "경기를 즐기고 음주가 허락되는 시간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녁 6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팬존(경기장 밖 광장)에서 주류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종류는 1986년 이후 FIFA 공식 스폰서인 버드와이저 맥주가 될 예정이다. 경기장 내에서는 일반적인 음료와 함께 무알코올 맥주인 버드와이저 제로를 구매할 수 있다.

낮부터 음주를 즐기다가 취한 채로 경기장에 들어가는 문화가 있는 유럽 기자들은 굳이 시간 제한을 두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재차 질문했지만 알 카테르 위원장은 "음주 허용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는 팬존에서 여성들과 아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기자회견이 끝난 뒤 상당수 기자는 불만 섞인 모습을 보였다. 한 남미 기자는 "이슬람 규율을 왜 외국인에게도 강제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르면 오후 1시부터 열리는 경기도 있어 대회 개막 이후 카타르를 방문한 팬들이 불만을 터트릴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다만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는 "팬존이 얼마나 확대될지 등 세부적 내용은 추후 발표될 수 있다"고 말해 약간이나마 숨통이 더 트일 여지를 남겼다. 이래저래 중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은 날씨부터 문화, 종교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그야말로 '처음 만나는 월드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하(카타르)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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