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다다익선' 복원 마쳤지만 "여전히 인공호흡기 단 상태"

김준억 2022. 9. 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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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하자마자 CRT모니터 1대 고장..미공개 영상 4편 등 8편 상영
'다시 연결된 신호'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5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재가동 되고 있다. '다다익선'은 노후화로 인한 화재 위험 등으로 2018년 가동이 중지됐으나 모니터 교체, 보존환경 개선, 작품 디지털 변환 등 3년에 걸친 보존·복원 작업 끝에 백남준 작가 탄생 90주년인 이날부터 재가동한다. 2022.9.15 dwise@yna.co.kr

(과천=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비디오아트 선구자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3년에 걸친 보존·복원 작업을 마쳤지만, 여전히 시한부 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5일 과천관에 설치된 '다다익선'을 가동 중단 약 4년 반 만에 재가동했다.

최초 제막식 날인 1988년 9월 15일을 기념해 재가동한 다다익선은 오후 3시 전면 점등된 지 약 5분 만에 모니터 1대가 꺼졌다.

다다익선은 4채널 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브라운관(CRT) 모니터를 오층탑 형태로 쌓은 설치 작품이다. 백남준은 개천절을 상징하고자 모니터 1천3대를 높이 18.5m의 철재 구조물 표면에 달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손상된 CRT 모니터 737대는 신제품을 구할 수 없어 중고 모니터와 부품을 구해 수리했다.

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CRT의 수명은 최장 10년이며 수리·교체한 모니터도 중고품으로 이미 한계를 뛰어넘어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다.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재가동 즉시 고장난 CRT 모니터 (과천=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백남준의 '다다익선' 재가동 첫날인 15일 CRT 모니터 1대가 꺼져있다. 2022.9.15.

이날 재가동 즉시 고장이 난 것은 3층에 설치된 CRT 모니터로, 리모컨 수신부가 고장나 전원이 꺼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존 모니터의 외형에 내부만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이용해 교체한 266대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존·복원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의 미디어 아트 보존 사례를 참고해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부 대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백남준의 '세기말Ⅱ'를 소장한 미국 휘트니 미술관은 전체 CRT 모니터 207대 가운데 5인치 모니터 18대는 평면(LCD) 모니터를 사용해 보존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20년 '다다익선' 모니터 1천3대와 예비품 124대를 정밀진단한 결과 1천3대 중 정상 작동한 모니터는 26%(265대)에 그쳤고, 86대는 수리도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품 124대 중에서도 103대는 수리가 필요했고, 4대는 수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손상 유형은 영상 출력에 이상이 있거나 정격 전력 이상, 색 표현 이상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상단부에 있는 6인치와 10인치는 사용할 수 없어 LCD로 교체했다. LCD 패널은 국내 생산이 중단돼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해 국내 선박용 모니터업체에서 제품을 조립했다.

권인철 학예연구사는 "최신 OLED 패널은 화면비가 16대 9라서 4대 3인 CRT를 대체할 수 없어서 LCD 패널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평면인 LCD 패널은 곡면인 CRT와 화면이 다르지만, 이번에 교체 설치된 LCD는 상단부에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이어서 기존 모니터와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맞아 '다다익선' 재가동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5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재가동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다다익선'은 노후화로 인한 화재 위험 등으로 2018년 가동이 중지됐으나 모니터 교체, 보존환경 개선, 작품 디지털 변환 등 3년에 걸친 보존·복원 작업 끝에 백남준 작가 탄생 90주년인 이날부터 재가동한다. 2022.9.15 dwise@yna.co.kr

또 남대문과 개선문, 꽃, 나비, 물고기 등의 화려한 이미지가 빠르게 전환되는 영상의 특성에 따라 모니터의 차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백남준도 2003년 CRT 모니터를 교체할 당시 "요즘 쓰는 납작한 걸로 붙이면 되지, 앞으로 다 바뀔 텐데 그렇게 바꾸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어 앞으로 '다다익선'은 전부 평면 모니터로 교체될 수도 있다.

백남준으로부터 다다익선 수리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받은 테크니션 이정성 씨도 과거 "백남준 선생님은 생전에 작품 외형을 신기술로 대체하는 것에 개방적이었다.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철학은 영상에 담겨 있기 때문에 전달하는 매체인 모니터 자체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며 평면 모니터로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모니터 외에도 영상 배선과 전기 설비, 냉각 설비 등을 교체했으며 아날로그 원본 영상도 소실된 프레임을 복원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디지털 복원 과정을 거쳤다.

백남준은 다다익선 영상을 8편 제작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고정적으로 4편만 상영해왔다. 이번 복원을 계기로 8편을 모두 상영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개년 보존·복원 사업비로 37억 원을 투입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맞아 '다다익선' 재가동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5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재가동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다다익선'은 노후화로 인한 화재 위험 등으로 2018년 가동이 중지됐으나 모니터 교체, 보존환경 개선, 작품 디지털 변환 등 3년에 걸친 보존·복원 작업 끝에 백남준 작가 탄생 90주년인 이날부터 재가동한다. 2022.9.15 dwise@yna.co.kr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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