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이용호 출마선언 후에도 '주호영 추대' 눈치싸움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합의추대가 아닌 경선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재선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15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윤석열계 일각에서 제기된 주호영 의원 추대가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선을 통한 실질적인 추대’ 등 추대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출마를 고민하는 다른 의원들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9일로 공지된 원내대표 선거가 4일 남은 상황에서 아직 출마 방식과 후보들이 정리되지 않은 혼란상에 대해 가처분 변수와 불명확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다시 그 인물, 다시 그 구도를 확실하게 벗어버리고 계파를 파괴하고 선수를 파괴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해 새로운 모습으로 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이 큰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도 원내대표 돌려막기, 추대론 등 과거 회귀적 발언들만 나오고 있다”며 “호남이 지역구이며 실용적이고 중도보수적인 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호영 의원 추대가 윤심이라는 주장에 대해 “서너분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하면 무슨 라면가게도 아닌데 누굴 팔고 이런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으로 대선 국면인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대선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거쳐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지냈다.
이 의원 출마로 친윤계 초·재선들이 주장하던 ‘주호영 추대’는 사실상 불발됐다. 추대론은 원내대표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다는 명분에서 추진됐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변수로 ‘정진석 비대위’도 해산되면 새 원내대표가 당의 ‘원톱’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원내대표 경험이 있고, 첫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됐던 주 의원이 대세를 이뤘다. 친윤계 이미지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원활할 것이란 평가도 받았다.
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 방식 출마에 대해 “전체 상황을 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대표 출마, 원내대표 경선 등 선택지를 두고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한다. 추대일 땐 권성동 원내대표의 남은 임기(약 7개월)만 채우는 조건이 붙었지만, 경선에서 이기면 새롭게 1년 임기가 보장돼 더 나은 면도 있다.
친윤계에선 주 의원이 나선다면 경선은 하지만 실질적 추대로 가자는 분위기도 있다. 이 의원의 출마 의사를 접게 하려는 회유 움직임도 감지된다. 권 원내대표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모양새가 좋게 끝나면 좋다. 당의 단합된 모습도 보이고”라고 추대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비례대표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도 “경선을 하면 당 분란처럼 보이니 추대로 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4선 김학용, 3선 박대출, 윤재옥, 이종배, 조해진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 중이다. 다수는 주 의원 추대론이 정리되면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실질적으론 아직 추대론이 살아있어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대론이 당의 총의를 모을 수 있는 단계로 갈 수 있는지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가 4일 남았는데 선출 방식과 후보가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선 가처분 변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언급된다. 가처분이 기각되고 비대위가 안정되면 활동력이 높은 3·4선 원내대표, 가처분이 인용되면 더 무게감 있는 ‘대표급’ 원내대표가 유력한데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상현·서병수 의원 등은 원내대표 선출을 가처분 결정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4월 권 원내대표 선출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아서 의원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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