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보다 '은산분리' 완화에 초점을..소비자 보호는 숙제"

윤지영 기자 2022. 9. 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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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22]- 금융, 빅블러 시대 열어라
<5·끝> 서경 펠로·전문가 좌담
유니버설뱅킹 등 다양한 사업 길 터줘야 소비자 편의 UP
非금융사 지분 15%룰도 풀어 새 먹거리 찾게 유도해야
적절한 감독 병행, 부당 경쟁 부작용은 철저한 대비를
[서울경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사에서 열린 리빌딩 파이낸스 2022 빅블러 시대 열어라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대기(왼쪽부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은정 중앙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성형주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의 부상 등으로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금산분리가 국내 금융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당국도 금융 규제 혁신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하나둘 내놓으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에 서울경제는 지난달 25일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과제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금융권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금산분리 규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논의해야 할 과제가 방대한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제한 완화’보다는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범위나 부수 업무 범위의 수정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특히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8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사에서 열린 리빌딩 파이낸스 2022 빅블러 시대 열어라 좌담회에서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금산분리 완화···‘은산분리’ 차원서 논의=참석자들은 금산분리 완화 논의 과정에서 은행의 부수 업무 확대와 비(非)금융회사 지분 소유 제한 완화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기존 규제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최근 기술 변화를 고려하면 현 금산분리 제도가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보다는 ‘은산분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고 우선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사의 거시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금융사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도 현재 규제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 정 소장은 “기존 규제가 존재하는데 특별법을 통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손질해 간편결제사업자들이 이체 등의 업무에서 취급하는 자금 규모에 따라 1·2·3종으로 라이선스를 등급화해 규제 방식을 차등화했다. 규제 강도만 다를 뿐 동일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 규제를 받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도 “금융 상품은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가 어렵기 때문에 은행권에 예전처럼 금융 상품 출시 등 전통적인 업무만 강요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니버설뱅킹(겸업주의)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도록 해야 그만큼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길을 먼저 열어주면서 그 후에 은행의 건전성이나 소비자 등과 관련해 필요한 규제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열린 리빌딩 파이낸스 2022 빅블러 시대 열어라 좌담회에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銀 비금융회사 지분 투자 제한 풀어야 할 때” vs “문어발 식 확장 막으려면 신중해야”

금융회사의 타 기업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15%룰(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에 15% 이내 지분 투자만 가능)에 대해서는 격론이 펼쳐졌다.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투자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과 핀테크가 ‘윈윈’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석자 대부분은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 교수는 “은행들이 투자한 회사가 설사 어려워져도 은행이나 금융지주의 업무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15% 규제를 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선임연구위원도 “은행들은 핀테크 등에 지분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하고 싶어도 투자 제한 때문에 제약을 많이 받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은행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한만 하다 보니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신사업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소장 역시 “완전한 네거티브 식(일부만을 제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분 투자 제한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지분 투자 제한은 풀되 어느 정도의 규제는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교수는 “지분 투자 범위를 늘리더라도 (투자) 업종 제한은 필요하다”며 “은행권이 지분 투자 시 특별하게 유리할 수 있는 상황(업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이 규제 완화를 위해 입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문어발 식 확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분 투자 범위에 대한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리=윤지영 기자 사진=성형주 기자

8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사에서 열린 리빌딩 파이낸스 2022 빅블러 시대 열어라 좌담회에서 여은정 중앙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소비자 보호’ 집중···금산분리 완화 부작용 최소화=전문가들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해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수 업무 확대 등 금산분리 규제 완화 과정에서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의 편의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부당 경쟁은 유니버설뱅킹의 부작용으로 늘 거론되는 문제”라면서 “영업 환경에 따라 어디까지를 은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로 볼지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 교수도 “은행들이 최근 부수 업무로 부동산이나 배달 등 생활 서비스에 집중하는데 이 서비스가 금융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은행 수익성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부수 업무 논의 시 금융 소비자와의 접점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아울러 “무작정 다 풀어주기보다는 ‘소비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적절한 감독 규제 방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은행들의 부수 업무 범위를 굳이 처음부터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고객은 은행이 제공한 새로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은행은 결국 수익이 나지 않아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서로 다양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그만큼 금융 혁신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공정성도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은행 업무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은행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사에서 열린 리빌딩 파이낸스 2022 빅블러 시대 열어라 좌담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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