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계엄령 문건 폭로 고발에 "이미 무혐의 받았다"
"감사원 유권해석 받아 문제 없다 판단했는데도 정치적 왜곡"
감사원 "유권해석 한 적 없다…최재형-송영무, 일반론 수준 대화"
임태훈 "이미 똑같은 혐의로 똑같은 사람 2번이나 고발했고 무혐의 처분"
"계엄 관련 업무는 합참 소관, 기무사 문건은 작성 자체로나 내용으로나 위법"
2018년 합수단이 조사 못해 기소중지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귀국 의사 표명
국민의힘이 이른바 '계엄령 문건' 폭로과정에 관련된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한데 대해 해당 시민단체가 "이미 자유한국당에서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지만 5년 전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에도 군인권센터가 청와대나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문건을 넘겨 받아 폭로했다는 황당한 소설을 쓰며 기무사 계엄 문건 폭로가 군사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며 "이러한 논리로 2018, 2019년 두 번이나 서울중앙지검에 이번에 고발한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들(송영무, 이석구, 임태훈)을 고발했지만, 2021년 7월 26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 결과, 생산 당시에는 군사기밀(2급)이 아니었던 계엄 문건을 기무사가 허위 전자공문서 작성을 통해 2017년 3월 진행된 키 리졸브(KR) 연합훈련 관련 비밀로 위장해서 등재시켰다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임 소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장장 3년에 걸친 수사 끝에 국민의힘의 주장이 모두 억지임을 소상히 밝혀 불기소이유서에 담았다"며 "법적으로 계엄 사무는 합동참모본부의 소관인데, 기무사가 임무 범위를 초과해 시행 계획을 작성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령인 '합동참모본부 직제' 2조를 보면 합참은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고 나와 있다. 반면 계엄 문건이 작성된 시기인 2017년 2월 기준으로 유효한 국군기무사령부령(2015년 3월 11일 개정)을 보면 '계엄'과 관련된 사항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임 소장은 "유사시 계엄령 시행 계획은 이미 합참이 '계엄실무편람'을 만들어 갖춰 두고 있어서 기무사가 임무 범위를 뛰어넘어 새로 수립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설령 시행계획을 세우더라도 합참이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며 "기무사가 수립한 계획은 합참의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는 '계엄실무편람'과는 달리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상정,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해산하겠다는 내용 등 위법한 내용으로 가득해 통상적인 문건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해당 문건의 세부 내용을 보면 "합참 계엄시행계획에는 전시 상황을 고려해 합참의장으로 (계엄사령관이) 계획돼 있지만, 평시 계엄은 지역을 고려해 (참모)총장 또는 수도방위사령관 등 누구라도 임명 가능하다"며 '합참의장과 군(작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확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육군참모총장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장준규 장군도 육사 출신이고 합참의장이던 이순진 장군은 3사관학교 출신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이 의장이 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같은 육사 출신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파문을 수사하기 위해 2018년 출범한 계엄령 문건 관련 민군 합동수사단(단장 서울중앙지검 노만석 조사2부장·전익수 공군대령)은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려 했지만, 그가 미국으로 도피해 그러지 못했다. 결국 합수단은 계엄령 문건 작성 당시 근무했던 소강원 전 참모장 등 기무사 장교 3명에 대해서만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도피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선 기소중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앞서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TF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작성된 이른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현 아랍에미리트 대사),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TF는 이 고발장에서 송 전 장관이 지난 2018년 3월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2017년 2월 만들어진 박근혜 정부의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은 뒤, 감사원의 유권해석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도, 이를 군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근거라며 정치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 7월 이 문건을 폭로했고, 그 결과 기무사령부는 해편돼 현재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출범했다.
다만 감사원은 1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감사원은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유권해석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반론 수준'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을 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제시받거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고 감사원장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등의 답변을 보낸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조 전 기무사령관은 14일 밤 현지 변호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최근 기무사령부가 작성하였던 계엄문건과 관련하여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이 검찰에 고발되고 계엄문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다"며 "계엄문건 작성의 최고 책임자인 저는 계엄문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자진 귀국하여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기무사령관은 합수단이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핵심 인물이지만,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으로 도피해 그러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여당의 고발과 함께 그가 귀국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합수단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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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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