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털고 자신만만..촉법소년, 공범 '술술' 불게 된 계기는

촉법소년 시켜 금은방 턴 일당 16명 무더기 검거
생일 지나 처벌대상 된 촉법소년, 범행 일부 시인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들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금은방 털이에 나선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수천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20)씨와 B(20)씨 등 16명을 붙잡아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C군(14) 등 청소년 4명, 범행 가담 정도가 낮거나 장물을 사들인 금은방 업주 등 7명에게 특수절도와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 오전 2시 10분쯤 대전 중구 은행동 한 마트 유리문을 망치로 부수고 들어가 6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67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오전 4시 24분쯤 대전 유성구 원내동 한 상점에 침입해 4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주로 방범창 없는 귀금속 상점을 노렸으며, 두 차례 더 관저동 등 다른 곳의 귀금속 상점을 대상으로 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 동창인 A씨와 B씨는 사회에서 만나 알게 된 13~14세 4명 등 가출 청소년들에게 물건을 훔치도록 지시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모의했다.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거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총대 모집책은 A씨의 동네 후배인 D군(17)이 맡았다. D군은 절취품을 판매한 금액의 10%를 준다거나 오토바이를 사준다는 조건으로 C군 등 2명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A, B씨는 이들에게 경찰에 촉법소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진술을 거부하라고 하는 등 처벌에서 빠져나갈 방법, 범행 방법, 훔친 금품의 처리방법 등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상점 근처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파악해 이들이 모여있는 숙박업소에서 일부를 체포한 뒤 관련자 추적에 나섰다.

경찰 조사에서 촉법소년인 줄 알고 진술을 거부하던 C군은 생일이 지나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범행 일부를 털어놨다. 이에 수사 대상이 A씨 등으로 확대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품인 1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회수했지만, 나머지는 팔아서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다”며 “자신이 촉법소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C군이 수갑을 채우니 놀라서 선배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선영 (bliss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