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6년만에 총파업..시중은행 외면에 금융대란 없을 듯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6년 만에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소속 은행 조합원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막판 파업 동력 확보를 위한 지지세 결집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불경기 속 명분 없는 파업에 농협·우리은행 등 핵심 사업장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고, 타행들도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했던 '금융대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예고했던 '9·16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파업 참여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부 조합원에 대한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협과 우리은행 등 금융노조의 핵심 사업장이 잇따라 파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업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이다.
농협 노조(금융노조 NH농협지부)는 지난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금융노조가 예고한 16일 총파업에 일부 노조 간부들만 참석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직원들은 은행에서 정상 근무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파업 불참 의사를 밝힌 셈이다.
파업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농협 노조 간부는 100명 남짓으로, 농협 전체 노조원이 1만여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총파업 참가율은 약 1% 수준에 그친다.
농협에 이어 우리은행 노조(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도 16일 총파업에 노조 간부 80~100명 정도만 참석하고, 다른 대부분 직원은 은행에서 정상 근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전체 노조원 규모는 약 1만명 정도로, 총파업 참가율은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의 대형 사업장인 두 은행의 파업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 본부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하던 다른 시중은행 직원들도 영업점을 지키겠다며 소신 입장을 내면서 우려했던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불경기에 노조의 총파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파업 회의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불참 방침을 정하지 않았음에도 파업 참여인원은 100여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15일부터 서민 정책상품인 안심전환대출도 출시돼 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고객들을 위해 지점에 남겠다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지점별로 많아야 1명 정도 파업에 참여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지점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 노조의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내세운 파업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소속 은행 조합원들도 참여를 꺼리게 된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듯 전날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요구사항에서 한발 물러서며, 사용자 측에 마지막 교섭을 제안했다. 임금인상률은 종전 6.1%에서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주 4.5일제는 일부 직원만 1년간 시범실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양측이 모든 쟁점 사항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은 무산됐다. 이들은 16일 하루 오전 10시부터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열 계획이다. 금융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2016년 이후 6년 만의 총파업이다.
앞서 2016년 금융노조 총파업 때도 은행권 참가 인원은 1만800여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15% 수준에 그쳤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2.8%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 참가율이 6년 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번 파업에서 시중은행 노조의 빈자리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채울 전망이다.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는 기업은행 노조와 서울 본점의 부산 이전에 반발하는 산업은행 노조는 수천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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