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중단에..전기차·변압기부터 타격

이유섭 2022. 9.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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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만 만드는 전기강판
전기차 모터 핵심소재 쓰여
변압기 교체때와 겹쳐 혼란
공급난 길땐 中日서 수입할판
압연 정상화 3개월 對 6개월
태풍으로 침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에서 직원들이 배수 작업을 위해 소방펌프를 긴급 투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포스코]
우리나라 철강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졌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이 49년 만에 처음 중단된 여파가 산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포항제철소 조강 생산량은 1685만t이다. 이는 국내 전체 조강 생산량(전로 기준)의 35%에 해당한다.

이날까지 '휴풍(일시적 가동 중단)'에 들어갔던 용광로(고로) 3개가 모두 정상 가동을 시작했고 고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공장도 대부분 정상화됐다. 전로 7기 중 6기와 연주 8기 모두가 재가동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철강 반제품(슬래브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친다.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크게 본 열연·후판공장 등 압연라인은 아직 배수작업이 한창이다. 압연이란 열·압력을 가해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것이다. 즉 압연라인이 돌아갈 때까지는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하기까지 포스코에서는 3개월, 정부와 철강업계는 4~6개월을 예상한다.

문제는 적지 않은 완제품이 국내 철강사 중 포스코만, 그것도 포항제철소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은 무방향성·방향성으로 나뉘는데, 무방향성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 핵심 소재다. 그런데 수요에 비해 공급(연 10만t)이 적다 보니 이번 생산 중단 전에도 품귀현상을 빚어왔다. 포스코그룹사 중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를 만드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재고는 2개월치에 불과하다. 이후에는 웃돈을 주고라도 중국 바오산철강이나 일본제철 등에서 사와야 한다. 2020년 상반기 t당 1000달러 초반이었던 무방향성 전기강판 가격은 현재 2000달러가 넘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완성차 제조사의 전기차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전기강판 공급이 안 되면 당장 코앞에 닥친 변압기 증설·교체도 진행이 불가하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통상 10~11월에는 겨울철 전력 과부하에 대비해 변압기 용량을 증설하거나 낡은 변압기를 교체한다"며 "그러려면 지금부터 변압기를 생산해야 하는데 방향성 전기강판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연간 200만t 넘게 생산되는 선재와 스테인리스스틸(STS)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된다. 두 제품은 건설현장부터 침대 스프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후판(338만t)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냉연(291만t)도 후공정이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는 시장에 공급이 안 된다. 다른 철강사 제품을 쓰면 되지만 포스코 생산능력이 워낙 커 냉장고·세탁기 제조업체들이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중국·일본 철강사에서 수입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철강업계는 분석한다. 이 경우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강판을 비롯해 외국산 철강을 수입하려면 자동차 제조사 등 고객사 인증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미국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와 전방산업 기업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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