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주의 원조' 스웨덴서 극우 정당 폭풍 성장, 어떻게 가능했나
2000년대 이후 극우 이미지 탈색 혁신이 주효
이민 제한과 범죄 엄중대처로 득표율 제고
정부 참여는 불투명..우파 정부 구성에 걸림돌
사회민주주의의 원조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신나치 운동에 뿌리를 둔 극우 정당이 처음으로 집권 연합에 포함됐다. 이들이 우파연합에 속한 다른 정당의 반대에도 내각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스웨덴 정부를 이끌어온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55·사회민주당 대표)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이지만, 우파 정당 연합이 반수를 넘겼다. 저는 내일 총리직 사표를 제출할 것이고 이후는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워낙 박빙이었던 탓에 안데르손 총리의 패배 선언은 선거가 끝난 지 무려 사흘 뒤에 이뤄졌다.
이날까지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개표 상황에 따르면, 전체 349석 가운데 우파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민주당·자유당)이 176석을 확보해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주도의 좌파연합(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중도당)보다 3석 앞섰다. 약간의 미집계 투표용지가 남아 있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최종 결과는 이번 주말께 확정된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사회민주당에 이어 제2의 정당이 된 스웨덴민주당이다. 스웨덴민주당은 사회민주당(107석)에 이은 73석을 차지해 우파연합 내에서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득표율도 20.6%로 사회민주당의 30.3%에 이어 두번째였다.
스웨덴에서 극우 정당이 집권 세력에 참여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다. 헨리크 빙에 스웨덴민주당 부대표 등 당직자들은 총선 날이던 11일 집회에서 “복수”라는 말을 입에 달았다. 리누스 뷜룬드 대표 비서실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른 당들이 우리를 아주 나쁘게 대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복수다”라며 “심지어 우리 쪽의 3개 (우파) 정당도 그랬다. 이제 그런 시간은 지나고 치유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스웨덴민주당이 정계 내에서 ‘왕따’ 취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정당은 ‘스웨덴을 스웨덴답게’라는 이름의 신나치 운동에서 출발했다. 1988년 창당을 한 뒤에도 1990년대까지는 스킨헤드족(머리를 박박 깎은 백인 인종주의자)과의 연관성이나 노골적인 파시스트적 행태 때문에 ‘망나니’ 주변 정당이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부터 파시즘과 백인민족주의와 거리를 두며 온건화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임미 오케손(43) 현 대표가 2005년에 당권을 쥔 뒤엔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을 시작했다.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파란-노란색 횃불의 당 로고를 아네모네꽃으로 바꾸고, 당내에서 인종주의자와 폭력적 행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이민 제한과 폭력에 대한 엄정 처벌 등을 내세워, 기강 있는 우파 정당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그에 따라 당의 지지율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2010년 총선에서 득표율 5.7%를 기록하며 약진했다. 2012년에 인종주의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채택해, 당 혁신을 지속했다. 득표율 역시 2014년 12.9%, 2018년에는 17.5%로 꾸준히 올랐다.
이들의 성장 동력은 관대한 이민 정책에 대한 보수적 유권자, 특히 비도시 지역 노동자층의 불만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민 제한과 외국인의 범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폭력배들이 거리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문제는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에 입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파연합에 속한 나머지 정당이 극히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68석을 차지한 온건당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대표가 총리 후보로서 내각 조각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민주당 내에서는 자신들이 총리직을 차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단 내각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케손 대표는 새 정부 구성 협상은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정당한 몫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리샤르드 욤스호프 서기 역시 “유권자들의 압력이 있다. 그들이 (우리가) 정부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만족할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갈등은 향후 우파연합의 정부 구성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자유당 등이 스웨덴민주당을 비토하고, 사민당과 함께 좌파연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미향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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