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직영 초등돌봄' 교육청 이관·민간위탁 검토..학부모 반발
예산 부담 때문인듯..29일부터 학부모 간담회
서울 중구가 직영으로 운영해온 ‘중구형 초등돌봄’을 서울시교육청으로 이관하거나 민간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형 초등돌봄은 전국 최초로 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학부모 10명 중 9명 이상이 만족해온 정책이다. 최근 이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는 2019년 3월 도입한 중구형 초등돌봄의 직영 운영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구 내 9개 국공립초등학교 돌봄교실과 학교 밖 돌봄센터 7곳을 직영으로 운영 중인데, 이를 각각 시교육청 이관과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구는 최근 실무 담당자가 시교육청 측과 돌봄교실 이관 문제를 두고 협의 중이다. 중구 관계자는 “돌봄 및 방과후 사업은 교육전문기관인 교육청과 학교에서 이어받고 구청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형 초등돌봄은 학교 유휴공간을 활용해 중구청이 직접 운영해온 돌봄교실이다. 여느 초등학교 돌봄교실들이 오후 5시면 끝나는 것과 달리 중구형 초등돌봄은 맞벌이 가정의 요구에 따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해왔다. 급식과 간식은 물론 이용료는 전액 무료다. 1교실 2교사제로 교실 내 돌봄사각을 해소하고 돌봄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했던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곳 돌봄교사들은 중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호봉 승급과 고용 안정성 등을 보장받았다.
중구는 올해 초에도 중구형 초등돌봄을 이용하는 학부모 중 99.4%가 만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신입생 모집에서 선발인원의 125%를 웃도는 신청이 접수됐다고도 했다.
이처럼 만족도 높은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구청이 관련 예산을 대부분 구비로 해결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도입 3년 만에 예산 부담을 이유로 초등돌봄 직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학부모들 “현행 직영 시스템 유지해달라”
전임 구청장 성과 지우기 비판도
중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현재까지 국공립초 전체 돌봄교실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소요된 예산은 총 236억원이다. 이 중 77%인 180억원을 중구가 부담했다. 연간 50억~60억원을 중구형 초등돌봄에 쏟아부은 것이다. 중구 관계자는 “구 교육정책이 초등 저학년에 집중되다 보니 초등 고학년 및 중·고등학생에 대한 교육지원과 학교시설 개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역 육아 커뮤니티는 물론 중구 홈페이지에도 ‘중구 직영 돌봄 시스템을 현행대로 유지시켜달라’ ‘아이들 살기좋은 중구로 만들어달라’ 등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중구는 김길성 중구청장의 이름으로 답변을 달며 “초등돌봄 및 방과후 사업은 학교와 교육청에서 이어가되 서비스 질과 혜택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돌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직영 중단을 검토한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중구형 초등돌봄의 운영 주체가 바뀔 경우 기존처럼 돌봄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위탁으로 바뀌는 학교 밖 돌봄센터의 경우 종사자 처우와 교육서비스 질은 위탁업체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부분 정책위원은 “중구는 결국 예산을 줄이고 구청이 직접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구형 초등돌봄이 전임 구청장인 서양호 구청장의 대표 정책이자 성과라는 점에서 ‘전임자 지우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중구청 초등돌봄의 직영 중단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했을 때 지자체장의 정책 방향과 지자체 재정 상황에 따라 불안정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자 중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관내 국공립초등학교마다 개별적으로 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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