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걷히니 벌금?..중국 지방정부의 무리수

박은하 기자 2022. 9.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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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비싸게 팔았다고 수천만원 벌금
중 지방정부, 1~7월 세수 7.6% 감소
SCMP "재정난에 벌금에 눈 돌려"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아무도 다니지 않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한 거리. 2022년 9월 2일 촬영/EPA연합뉴스

중국 곳곳에서 지방 정부가 경미한 규정 위반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거나, 폭리를 취했다고 자영업자들을 몰아붙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로 재정난에 처한 지방정부가 벌금을 세수충당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지방정부 덮친 코로나19 재정난

올해 중국은 기록적 세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중국 중앙 정부의 재정 수입은 1~7월 5조74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고, 지방 정부는 같은 기간 6조7500억 위안으로 7.6% 감소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경제분석가 쉬텐천은 “올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대규모 감세와 세제혜택이 공공재정을 희생시켰다”며 “부동산 시장도 침체해 지방 정부는 토지사용권 판매로 줄어든 부분을 메울 수 없게 됐다”고 SCMP에 말했다.

중국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이며 보통 지방정부가 70년 연한의 사용권을 경매 방식으로 매각하는데, 이 수입은 지방정부 재정의 30~50%를 차지한다. 올 1~7월 토지사용권 판매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줄어들어 법인세(-13.8%)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방정부의 지출은 늘었다. 기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각 지방정부는 지난해보다도 더 많은 인프라 투자 사업을 중앙정부로부터 할당받았다. 코로나19 검사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재정난으로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하고 공무원 월급도 밀린 지방정부도 나오고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인구 137만명인 허난(河南)성 단청(郸城)현은 버스 운영을 중단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윈난(云南)성의 작은 도시 몇 곳이 공무원 월급을 6개월 이상 주지 못하고 있다.

무리한 벌금, 곳곳에서 논란

위기에 몰린 지방정부가 세입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벌금과 범죄수익환수금(몰수금)을 주목하고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광저우 언론 남방주말에 따르면 지난해 111개 도시 중 72%인 80개 도시에서 벌금과 몰수금 수입이 증가했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곳이 15곳이었다. 쓰촨성 러산(乐山)은 155%,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은 151% 증가했다.

헤이룽장(黑龙江)성 다칭(大庆)시의 한 감자 도매상은 코로나19를 틈타 폭리를 취했다며 지난달 말 시 당국으로부터 30만위안(약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는 지난달 감자 2000kg를 600g당 1.2위안에 사서 1.4위안~2위안에 팔았다. 산서(陕西)성 위린(榆林)시는 한 식료품점이 지난해 10월 미나리 600g을 5위안(약800원)에 판 사실을 불심검문으로 적발해 지난달 6만6000위안(약13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두 사례 모두 중국에서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벌금이 세입벌충수단으로 주목받자 기상천외한 방법을 고안해내는 지방정부도 있다. 산둥(山东)성 허쩌(菏泽)시 청우(成武)현에서는 트럭 운전기사들이 월 1000위안~2000위안을 내면 교통 위반을 해도 추가 벌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방법까지 고안했다.

중국에서 큰 논란이 된 상하이(上海)시 한 제과점에 대한 벌금 부과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제과점은 코로나19 봉쇄기간 머물 곳 없는 직원들을 자사 제빵교육원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식료품 부족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요청에 응해 사흘 동안 남은 재료로 빵을 만들어 팔았다. 이 제과점은 ‘의로운 빵집’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봉쇄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최근 시 당국으로부터 58만5000위안(약1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중국 중앙정부가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예상되는 10월 당대회를 앞두고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쓰촨 청두(成都)시를 포함해 현재 중국 33개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져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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