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이상 외환거래, 아무도 책임 없는 건 말이 안 돼"
루나·테라 사태 관련 검찰과 협력 진행 중
무차입 공매도 조사 진행..책임 물을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상 외환송금 거래의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 단위가 될 수 있는데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은행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이달 말 끝나는 것과 관련해 재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상자산 루나·테라 사태와 관련해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층에서 이복현 원장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취임 100일째가 되는 이 원장이 금감원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열렸다.
◇예대금리차 공시, “100점짜리 아냐” 보완책 마련 시사
이 원장은 조사 결과 8조5000억원까지 늘어난 이상 외환거래에 대해서 은행들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일선에서 알아서 한 거니까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얘기를 하려면 그만큼 훨씬 더 왜 책임이 없는지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생각보다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고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어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향후 조사 결과를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9월 말 끝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에 대해 이 원장은 바로 대출 상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예상치도 못하게 시장이 격변하는 상황이고 그 충격이 가계 내지는 중소기업에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만기연장·상한유예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침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 중이지만 하나 확실한 건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하는 것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행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에 대해 “100점짜리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 원장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이 4차원인데 1~2차원 정보가 세상을 그대로 그릴 수 없으니까 왜곡이 무조건 생길 텐데 가급적 그 왜곡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문제가 고민”이라며 예대금리차 공시 수정을 예고했다.
◇루나·테라 관련 검찰 협력 중…가상자산 규율 체계 마련에도 적극 참여
이 원장은 가상자산 루나·테라 사태와 관련해선 검찰에 공식적·비공식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감원은 검찰에 루나·테라의 증권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루나·테라 관련해 증권성이 있다는 의견을 드렸고, 관련한 자료도 제공했다”며 “적극적으로 증권성을 광범위하게 판단할 때의 문제점에 대한 자료와 외국에서의 사례 등의 자료도 제공했으며, 진행 상황들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가상자산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여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와 산업진흥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차입 공매도 정조준 조사...운용 문제 있는 자산운용사에 강한 대응 예고
최근 자본시장의 공매도와 관련해서 이 원장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다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국거래소의 무차입 공매도 데이터 중심으로 계속 보고 있고 관련된 책임을 묻는 절차들은 계속 쭉 흘러갈 것”이라며 “금감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든가 두세 군데에만 이뤄지는 공매도 등에 대해 구조적으로 검사를 통해서 누구를 제재하거나 책임을 묻을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매도와 관련돼 공매도 제도 자체를 셧다운하기에는 단기적으로는 지금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인 9개 증권사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며 금감원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선 “2~3건 정도를 분리했으면 제재 결과가 금감원이 바라는 대로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잇단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진 자산운용사 문제에 대해선 “일부 자산운용사는 오늘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일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운용은 강하게 대응할 것이며 지금도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검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안정도 중요 과제
이 원장은 최근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금융시장 안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내외 불안요인에 선제적·협력적으로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을 지켜나가겠다”며 “금감원은 물밑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시장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입체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업권별 잠재리스크 관리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단기유동성, 부동산금융 리스크 등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회사의 위기 대응 능력 강화를 통해 대내외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하며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금융회사의 사전적 위기 대응 수준을 분석하고 충분한 자본과 충당금 적립 등을 유도하는 한편, 유동성이 취약한 금융회사의 비상자금 조달계획 등 리스크 관리현황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은행과의 공동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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