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국민의힘에 유예된 2주..9월 말 결정될 운명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오는 28일 이후 나온다.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에게 약 2주 간의 운명의 시간이 남겨진 셈이다. 국민의힘은 당 내부 정비와 함께 재판부를 압박하는 여론전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결정 전 당이 자신을 제명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며 윤리위를 압박하고 나섰다.
15일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오는 28일 국민의힘 당헌 개정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최종 심리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함께 진행한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3일 상임전국위원회 의결로 새로 선임된 비대위원 6명의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이날 추가로 신청한 가처분에 대한 심문도 같은날 열릴 가능성이 크다.
당초 당헌 개정의 합법성에 대한 판단은 전날 법원 심리 이후 나올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이 답변서 작성 등 심문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심문기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2주가 미뤄졌다.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의 의도적 소송 지연을 막아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진석 비대위 체제 존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 결정은 일러야 이달 28일, 늦으면 다음달 초에나 나오게 됐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존속할 최소 2주 시간을 번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심문기일 연기가 일단 이 전 대표보다는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결정 전 오는 19일 새 원내대표 선출과 이후 새 정책위의장 임명 등이 이뤄지면서 당 지도체제를 정비할 수 있게 됐다. 정 위원장은 겸직 중인 국회부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처럼 당이 ‘비상상황’을 벗어나 안정화됐다는 신호를 주면 재판부가 인용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 천하람 당 혁신위원은 지난 13일 BBS 라디오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고 운영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법원 입장에서 그것을 무로 돌리는 데 부담이 더 갈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가처분 절차를 늦게 가져가고 싶다는 게 당 지도부 의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같은 날 뉴스1·뉴시스·머니투데이 합동 인터뷰에서 “심문기일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고무적인 단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재판부 공개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연일 재판부를 향해 “선을 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15일 YTN에 출연해 “당헌·당규를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법원에서 해석을 둘러싸고 그런(인용) 결정은 나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게 남은 9월은 험로의 연속이다. 가처분 사건뿐 아니라 성접대 수수 의혹 관련 경찰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일부 의혹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할 경우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에 나설 수 있다. 윤리위는 앞서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등 발언에 대한 징계를 시사한 적도 있다. 오는 28일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거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 전 당이 자신에 대한 제명을 시도할 거라고 주장했다. 당을 선제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대응과 관련해 “내용을 다투기보다 각하 전술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하는 재판부가 재판에 필요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을 이른다. 이 전 대표는 “각하 전술의 요체는 윤리위 같은 방법을 쓰지 않을까”라며 “제명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재판부에) ‘(이준석은) 당원이 아니다’ 이렇게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날 법원에서 “이 전 대표는 당원권이 정지돼 효력정지를 구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며 당사자 적격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정 위원장은 “제명이든 징계든 윤리위의 고유 업무”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을 지칭해 한 욕설을 두고도 “그것(이 XX 저 XX)보다 한 단계 높은 것도 많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만, 그만. 거기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이제는 그런 유의 이야기를 듣는 국민들도 지쳤어요. 이제 그만”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출석 시기와 관련해 “제가 직접 변론을 하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해서) 가처분 일정하고 섞이지만 않으면 상관 없다”며 “지금은 심문까지 2주 정도 남아있으니 제가 상황 봐서 (출석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김연기 변호사는 “이 대표는 최대한 신속히 조사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라며 “가처분 절차를 고려해 최대한 빠른 날로 조사일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법원 심문기일인 28일 이후로 경찰 출석 시기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 가입 독려와 당원 만남 예고 글을 올리며 우군 확보 행보를 계속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두 달 간 전라도와 대구·경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앞으로는 부산·경남, 특히 평소 다니기 어려운 함양·거창·합천·산청·의령·진주·사천 등 서부경남에서 많은 당원들을 만나고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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