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표' 이민정책 폐기 약속한 바이든, 멕시코에 짐 떠넘기기만

김혜리 기자 2022. 9. 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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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경비대가 지난 5월18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유마에서 멕시코와 접한 국경을 통해 건너온 이민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트럼프 표’ 강경 이민정책을 약속대로 폐기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멕시코로 추방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을 이용해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도록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는 이미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추방당한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추가로 3국 출신 이민자들을 멕시코에 떠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은 그간 추방을 면해왔다. 해당 국가들이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거나 추방이 더 까다로워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머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바이든 정부는 ‘타이틀 42’에 따라 이들도 국경을 넘어올 수 없도록 추방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지금까지 미국 국경에선 180만명의 이민자가 체포됐는데, 이 중 4분의 1가량이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이었다. 2021년(8%), 2020년(3%)에 비해 3국 출신 비율이 많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 5월2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남부 국경 도시인 이글 패스 인근에서 리오그란데강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국경수비대 버스에 탑승하려고 대기중이다. 게티이미지

타이틀 42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불법 입국자들을 강제추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연방 공중 보건법 조항으로, 지난 2020년 3월부터 적용됐다. 이 때문에 육로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가려던 중남미 출신 이민자 190만여명이 망명 신청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추방됐다. 트럼프 정부가 도입한 대표적인 이민자 억압 정책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전임 정부의 이민정책을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으며, 당국은 지난 5월 타이틀 42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로 해당 정책은 여전히 시행 중이다. 인권 활동가들과 일부 민주당원들은 이로 인해 이주민들이 멕시코에서 납치나 강탈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다고 비판한다. 바이든 정부는 해당 정책이 이민자를 환영한다는 민주당의 메시지와 배치되기는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저지하는 데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멕시코는 미국이 추방한 이민자들을 받아줄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당국자들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도 멕시코에서 추방되는 이들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받고 싶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 일부 관료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해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희망했다.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수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에둘러 거절한 것이다.

한편 미국은 멕시코 외에도 다른 나라들에 이민자들을 떠넘길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온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추방될 경우 파나마가 이들을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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