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린스컴' 윤산흠, 한화 불펜서 존재감 업[스경X분석]

김경학 기자 2022. 9.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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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산흠이 지난 6월24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전 6회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대전 린스컴’이라 불리는 선수가 있다. 한화 우완 투수 윤산흠(23)이다. 키 177㎝, 몸무게 68㎏로 비교적 작은 체구와 허리를 크게 뒤로 젖히는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투수 팀 린스컴을 닮아 붙은 별칭이다. 제구가 불안정해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제구가 안정되고 구속도 향상되며 한화 불펜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산흠의 야구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KBO 2023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15일. 이날로부터 약 5년 전, 안우진·곽빈·강백호 등 굵직한 동기를 둔 윤산흠은 신인 드래프트를 남일로 여기며 중계로만 지켜봤다.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독립리그를 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야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투수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프로 무대에서 빠른 시일 내 확인하고 싶었다.

2019시즌 입단 테스트를 받고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이 때 투구 동작을 현재와 비슷하게 역동적으로 바꿨지만, 부상 등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이듬해 방출됐다. ‘KBO리그 레전드’ 투수 송진우가 감독으로 있던 독립 구단에 입단한 그는 독립리그에서 노히트 투구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고, 지난 시즌 도중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그는 투구 동작을 조금 더 가다듬기 시작했고, 비시즌 투구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 구속을 시속 15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윤산흠은 정우람과 라이언 카펜터의 부상에 따라 지난 4월20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등판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불안정한 제구 때문이었다. 퓨처스와 1군을 몇 차례 오간 그는 지난 6월14일 콜업 이후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고, 같은 달 24일 삼성전에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27.1이닝(28경기)을 던진 윤산흠의 성적은 평균자책 2.63 1패 3홀드 21볼넷 39삼진. 윤산흠의 삼진 능력은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9이닝당 삼진 개수는 12.84에 달한다. 투구 이닝 수가 훨씬 많긴 하지만 ‘닥터 K’ 안우진의 9이닝당 삼진 개수는 10.26, 리그 최고 불펜(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11.42다. 지난 2일 키움전부터 지난 13일 KT전까지 3경기 연속 삼진을 2개씩 솎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볼과 커브, 두 가지 구종만 구사할 수 있는 윤산흠의 삼진 비율이 높은 이유는 독특한 투구 동작과 공의 궤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한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로 인해 공을 뿌리는 타점이 높고, 투구 직전까지 최대한 공을 숨기는 ‘디셉션’ 기술에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최근 커브를 던질 때 투구 동작뿐 아니라 공의 궤적도 패스트볼와 거의 비슷해지는 일명 ‘터널링’이 좋아지고 있어 구종 파악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윤산흠의 최근 투구를 지켜본 한 전문가는 “현재 한화 불펜 투수 중 가장 좋아보인다”며 “웬만해선 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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