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이 말하는 '수리남'..실화와 드라마 [★FULL인터뷰]
넷플릭스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수리남' 실화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영화 속 강인구 역의 실존 인물인 K를 실제 여러번 만났다는 윤종빈 감독은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 이야기를 전했다.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 배우가 같이 '수리남'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 하면서 저에게 실존 인물의 녹취록을 파일로 보냈다. 이야기가 흥미롭긴 했지만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제가 범죄물을 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그래서 거절하고 '공작'을 했는데, 그때까지 감독을 못 찾았는지 또 저에게 하자고 하더라. 그때도 같은 이유로 고민 했다. '공작'과는 첩보라는 점에서 겹치더라. 그런데 주변에서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제가 일반 관객들을 만났는데, 관객들이 저에게 '범죄와의 전쟁' 같은 영화를 언제 다시 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아 대중들이 나에게 원하는건 이런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기로 결심했다"라고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털어놨다.
윤종빈 감독은 극중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의 실존 인물인 K를 실제로 만났느냐는 질문에 "세 번 정도 만났다. 실존 인물은 진짜 군인 같은 느낌이다. 얼굴이 정말 까맣고 군대 하사관 같은 느낌이랄까. 제 주변에 보면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님 같은 느낌인데, 좀 더 거친 느낌이다. 어딜 가도 생존이 가능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제가 녹취록을 들으면서도, 이 사람은 무슨 깡으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기서 버틸 수 있었나 했는데 만나보고 납득이 갔다.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한, 강인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하정우라는 배우가 그 사람이 돼 연기를 하는데 너무 똑같이 하면 군인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내면의 강인함,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분질은 같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능글맞게 영화적 방식으로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종빈 감독은 "실존 인물 K의 삶이 정말 대단했다. 실제 이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가장으로 살다가, 결혼도 전화를 돌려서 그런식으로 했다. 극중 하정우와 추자현의 결혼은 실존 인물의 실화다. 그런 삶을 사신 분이다"라며 "교회에 다니는 것, 종교적인 것은 픽션이고 실제 사는 곳은 동두천이 아닌 의정부였다. 작품 속 카센터도 맞고 부업으로 노래방을 한 것도 맞다. 실제 미군 부대에 납품해서 영어를 할 줄 알고 소통도 가능한 사람인 것도 실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실존 인물인 마약왕 조봉행을 사이비 목사로 전요환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감독은 "실화에서 가장 크게 각색한 포인트가 전요환 목사다. 실제 K는 친구와 함께 간 것이 아니라 혼자 사업을 하러 갔고, 처음 갔을 때부터 조봉행과 같은 집에서 지냈다고 하더라. 저는 그 스토리는 영화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속는게 가장 극적일까, 직업만으로도 권위를 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다가 수리남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종교라는 생각을 했다. 그 부분이 가장 풀기 어려워서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윤종빈이 감독은 벌써 하정우와 다섯 작품 째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은 "다른 것 모르겠고, 제가 하정우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맞는 것 같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지내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20대 때는 (하정우가) 안 유명해서 같이 다니기 편했는데, 이제는 같이 밥을 먹으려면 식당의 룸으로 가야한다"라고 웃었다. 윤 감독은 "하정우와 작업할 때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은 하정우의 1번과 2번 테이크가 제일 좋다는 것이다. 연기를 많이 시키며 안된다. 갈 수록 안좋다. 처음 한 두번이 제일 좋다"라며 "연기를 자기가 짜온 플랜대로 하는 배우가 있고 그때 그때 느낌 받는대로 하는 배우가 있는데 하정우는 후자다. 자기가 안느낀 것을 오버해서 연기를 안한다. 다른 배우는 안 느껴도 하는 배우가 있는데 하정우는 딱 본인이 느낀만큼 한다"라고 전했다.
윤종빈 감독은 다른 배우들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윤 감독은 "박해수라는 배우는, 제가 그 전에 출연한 작품 중에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봤는데 얼굴이 굉장히 좋다, 마스크가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고전 영화에 나오는 배우 같은 느낌이랄까. 알랭 드롱도 생각나고 얼굴이 좋다는 생각 많이 했다. 한번 보고싶어서 대본을 주기 전에 만났다. 참 담백하고 사람이 맑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국정원 요원 같은 느낌을 해 본적이 없었다고 하더라. 국정원 요원의 깔끔하고 담백하고 선한 그런 것을 살리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윤 감독은 "유연석은 뮤지컬 '헤드윅'을 보러 가서 봤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서 놀랐다. 이렇게 잘하는 배우인가 했다. TV에서 볼 때는 스위트하고 자상한 느낌이 있는데, 이 친구가 다른 면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조우진은 제가 제작한 영화를 두 편 같이 했는데, 이 친구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설득력 있게 잘 소화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남미를 배경으로 한 '수리남'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남미에 직접 가지 못하고 많은 분량을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윤종빈 감독은 "코로나로 스태프 해산하기도 했고, 촬영을 다시 하기로 했을 때도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서 해외에 못 나가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안 알아본 나라가 없다. 태국부터 시작해서 동남아는 물론이고 알아봤지만 절망적이었다. 길이 안 보였다. '서프라이즈'처럼 뒷산에서 찍고 남미라고 우길수 없지 않나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윤 감독은 "그러던 중 아내랑 아이랑 제주도에 갔다. 아내가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해서 아내랑 애기 손을 잡고 가는데, 가면서 찾은게 작품 속 전요환의 저택이다. 딱 보는데 남미 같은 느낌이었다. 가서 보니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스태프에게 말해서 섭외하고 찍어보라고 했다. 미술감독과 촬영감독이 갔는데 처음에는 '여기요?'라고 하더라"라며 "그래도 해보자, 아이디어를 내서 야자수를 심든지 하자고 했다. 완성 작품은 CG가 많다. 야자수도 몇그루 없는데 씨지로 심고, 뒤에 산도 만들고 저택 정문은 세트를 만들어서 지은 것이다. 다들 고생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종빈 감독은 "제일 걱정한 것은 브라질 국경에서 총격전 하는 장면이었다. 이건 답이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야자수 농장이 있더라. 야자수를 키워서 파는 곳이었다. 그 농장에 가서 길을 내고, 길을 넓히고 열대 식물을 재배해서 남미처럼 꾸밀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시간이 좀 있으니 식물 씨를 뿌리고 재배했다. 그런식을 만들어서 촬영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수리남의 외교 및 국제 협력 장관인 알버트 람딘은 지난 12일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언급했다. 람딘 장관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영문 제목 '나르코 세인츠') 수리남을 코카인과 관련 된 부패한 국가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했다. 이 시리즈 제작자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람딘 장관은 "수리남이 과거 마약 운송 국가로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었으나, 더 이상은 그런 마약 이미지와 관련이 없다"라며 "우리는 계속 노력했지만 그런 드라마로 인해 우리 나라가 다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남 외교부는, 수리남에 한국 대사관이 없기에 주한 미국 대사관에 연락해 항의 할 예정이며 제작사에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감독은 작품 속 나라를 왜 가상 국가로 설정하지 않고 실존 국가로 했느냐는 질문에 "실제 이야기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보니까, 가상 국가로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라고 전했다.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이 현재 글로벌 3위에 등극한 것에 대해 "플랫폼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봤더라. 공개한 지 5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제 주변에도 안 본 사람이 없다. 영화랑 보는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며 "넷플릭스에서도 국내(한국) 시청시간으로만 보면 역대 넷플릭스 1위라고 저에게 이야기 하더라. 엄청나게 보는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 시즌2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없다. 작품도 닫힌 결말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만들어주세요' 하면 만들어야겠지만 아직은 그런 생각은 없다"라며 "한번 연출해보니 정말 힘들다. 할리우드에서 왜 감독이 혼자 다 안 찍는지 알겠다. 이건 불가능의 영역이다. 한국 감독은 혼자서 시리즈를 다 찍는데, 한 번 하고나면 또 다시 안 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제가 시리즈를 다시 한 다면 꼭 나눠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는 영화 감독이다 보니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더 찍고 싶다"라고 전했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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