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수도권은 대상 적고 지방은 '아직'..한산한 은행
"3억원 안 되는 집이 어딨나. 서울에."
15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의 A 은행 지점에서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고 나온 60대 자영업자 정모씨의 말이다. 오늘부터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개점 시간보다 일찍 은행에 방문했지만 신청 대상이 아니었다. 정씨는 "금리를 낮춰 준다고 하길래 일찍 왔는데 지원을 못 받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시작됐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를 3.7~4%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 상품이다. 주택 가격 3억원 이하, 부부 합산 소득은 7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신청할 수 있다. 기존 대출 범위 내 최대 2억5000만원까지 고정금리로 대환된다. 소득 6000만원 이하, 만 39세 이하 청년은 3.7~3.9% 금리가 적용된다.
첫날 수도권 은행 창구는 한산했다. 서울 강서구, 양천구 등 빌라가 밀집해 있어 집값이 비교적 싼 지역의 은행 지점조차 내점 고객이 거의 없었다. B 은행 지점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와 있어서 3억원 이하는 찾기 어렵다"며 "3억원 이하 매물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전세"라고 말했다. 전세자금대출 차주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니다.
상담 고객이 아예 없진 않았다. C 은행 강서구 지점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K씨는 "대출 잔액이 1억원 정도 남아 있어서 15년 분할상환을 신청했다"며 "올해 금리가 끝도 없이 올라서 금리가 4.95%까지 됐었는데 3.9%로 대환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에서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은행 지점도 안심전환대출 관련 내점 고객이 적었다.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C 은행 지점 관계자는 "주변 주택 시세가 수도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해 내점 고객이 많을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오전에는 상담 고객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있었다. 3억원 이하 주택이 더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남 거제시 C 은행 지점에는 오전에 고객 4명이 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이 중 2명은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완료됐다. 강원 동해시의 한 지점에는 지난주 사전상담을 받은 고객이 있었다. D 은행의 경우 광주광역시 몇몇 지점에 오후까지 고객 방문이 이어졌다. 다만 신청자가 눈에 띄게 많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이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조치를 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5년, 2019년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객 불편이 있었다. 이에 당국은 이날부터 30일까지 3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가, 10월6일부터 17일까지는 4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가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주민등록번호 출생 연도 끝자리 기준 5부제도 도입했다. 온라인은 5부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비대면 프로세스를 구축한 측면도 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지난달 17일부터 사전 안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했다. 방문자는 지난 5일 기준 약 35만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 상품의 경우 지점 방문 고객 상당수가 자신이 정책 대상이 맞는지 여부를 물으러 온다"며 "이번엔 고객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이를 확인하고 지점을 찾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비대면을 중심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등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는 6개 은행 모두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에 절차를 마련했다. 지점에선 주로 고령층 고객을 응대한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 신청이 많다"며 "비대면 신청에 대비해 서버 점검 등을 선제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방을 중심으로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본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업계 일각에선 연말까지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매력이 높은 상황이라 정책 대상자가 많은 지방 고객들이 신청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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