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공장 빠져나가면.. 손해보는 건 공장주 아닌 근로자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 2022. 9. 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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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웬성 옌빙공단에 휴대전화 공장을 두고 연간 2억50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화의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 중 대표적인 것으로 코끼리 곡선(elephant graph)이란 것이 있다. 그래프 모양이 코끼리 머리, 코 부분의 곡선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평등 분야 석학인 세르비아 출신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제시하였다.

코끼리 곡선은 전 세계 사람들을 소득 계층별로 나누고, 1988년부터 2008년까지의 실질 소득 변화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세계에서 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40~60% 정도에 속한 사람들이다. 전 세계에서 소득이 중간쯤에 위치한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 주민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소득이 거의 오르지 않은 계층이 있다. 소득 백분위 80~90%(상위 10~20%)에 속한 집단들이다. 이들은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원래 잘살던 국가의 주민들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글로벌화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들이다.

손익이 갈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제조업 일자리의 이동이다. 이전에는 선진국에서 가동되던 공장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한다. 선진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중진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얻었다. 제조업 근로자는 어느 정도 기술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인데, 이런 일자리들이 대거 선진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소득 증가율이 변화한다. 한국도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간 국가다. 한국의 근로자도 세계화로 인해 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80~90%에 주로 분포한다.

그런데 아예 최상위 소득에 속하는 100%에 가까운 사람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공장의 소유자, 주주, 최고경영자,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공장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기 때문이다. 선진국 주민들은 대부분 80% 이상 수준이라 할 수 있는데, 80~90% 계층은 소득이 제자리이고, 100% 계층은 소득이 크게 늘었으니 이 국가들에서는 경제적 격차가 커진다. 즉 현대 선진국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소득 격차 확대 문제는 공장 이전으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주된 원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소득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주된 원인이라면 제조업을 다시 자기 나라로 끌어들이면 된다. 소위 리쇼어링 정책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 리쇼어링 정책이 시작돼 트럼프 시절에는 본격적인 유인책이 사용되었다. 2020년 한 해에만 약 1500개 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도 리쇼어링 정책을 시행한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서 2014년부터 현재까지 100여 개 기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두려워해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그런데 코끼리 곡선에서 보듯 소득 100%에 가까운 사업주들은 국내 생산이든 해외 생산이든 어차피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리쇼어링은 국내의 잠재적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기업에 특혜를 주어서라도 리쇼어링을 하도록 하는 게 전체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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