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이 다크 버네사

성도현 2022. 9. 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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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운·프리랜서의 자부심·클로버
마이 다크 버네사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 마이 다크 버네사 =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 지음. 이진 옮김.

미국 작가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이 2020년 발표한 데뷔작인 장편소설이다. 1984년생인 작가는 수많은 참고 자료를 찾아보고, 다양한 시점과 형식을 시도하며 20년 가까이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은 15살에 사립 기숙학교의 문학 교사 '스트레인'과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 주인공 '버네사'가 이후 십여 년의 세월에 걸쳐 그와의 관계가 사랑과 애정이 아닌 교묘한 강압과 폭력에 의해 작동해왔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 속에서 말과 글은 스트레인이 버네사에게 휘두르는 가장 파괴적인 무기이자, 끊임없이 버네사를 옭아매는 족쇄로 나타난다. 스트레인은 버네사가 쓴 글을 칭찬하며 접근하고, 유명한 문학 작품을 인용하며 자신의 욕망과 그들의 관계를 정당화한다.

버네사는 소설의 끝에서 "언젠가는 그가 우리에게 한 짓 이외의 다른 무언가로 우리가 정의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독백을 내뱉는다.

2020년 영미권에서 출간돼 뉴욕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러셀은 지난해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딜런 토머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문학동네. 544쪽. 1만7천원.

화이트 타운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화이트 타운 = 문경민 지음.

장편소설 '훌훌'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문경민의 새 장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땅을 사들여 자신만의 왕국 '화이트 타운'을 건설하려는 남자, 그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여자, 그들이 만들어놓은 끔찍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두 청년이 등장한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동산에 주목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모은 막대한 양의 땅이 현대 사회에 들어와 건물로 치환되고, 그것이 곧 사회 권력이 되는 현실을 그려낸다.

정영훈 문학평론가는 "짧은 기간 거대한 부를 쌓아 올린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의 병폐를 작심한 듯 들추어낸다"며 "부르주아 사회가 범죄 속에서 태어나 범죄를 조장하며 범죄를 끌어들이는 범죄 사회라면 이를 가장 잘 반영해주는 문학 장르는 단연 범죄 소설일 것이다. '화이트 타운'은 이 판단이 옳음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은행나무. 344쪽. 1만5천원.

프리랜서의 자부심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프리랜서의 자부심 = 김세희 지음.

첫 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로 신동엽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김세희의 소설이다. 창비 출판사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다섯 번째 작품으로,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일부 다듬어 경장편으로 내놓았다.

소설은 일에 몰입해 자신을 잃어버렸지만, 또다시 일을 통해 꿋꿋이 일어서는 프리랜서 여성의 분투기다. 일에서 번아웃을 겪었거나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싶은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자부심을 가져온 '하얀'은 고된 직장생활, 선배와의 갈등으로 공황장애 발작을 경험한 뒤 퇴사한다. 공황장애가 잦아들 무렵 가까운 선배의 제안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새로 맡게 된 희성교대 전시회 기획 업무, 하얀은 직장생활과 프리랜서 생활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중 처음 자신의 위치와 일을 오롯이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열사' 칭호를 얻지 못한 최영희의 삶에 집중한다.

창비. 168쪽. 1만5천원.

클로버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클로버 = 나혜림 지음.

지난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나혜림의 장편 소설이다. 원제는 '악마와 소년'이었지만, 이번에 '클로버'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소설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소년 '정인'과 고양이로 둔갑한 악마 '헬렐'이 함께 1주일을 보내는 이야기다. 헬렐은 정인을 유혹해 욕망이 모두 실현되는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지만, 정인은 바늘 끝 같은 현실일지라도 다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며 현실로 돌아온다.

작가는 "사람들은 극복하는 인간을 좋아한다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며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라. 그러다 보면 언젠가 피어날 것이다. 응달에서도 꽃은 핀다"고 말한다.

창비. 244쪽. 1만4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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