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아이들! 갈 곳 잃은 선생님.. 입학지원금에 쓴 웃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가 해가 다르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절박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우후죽순 생겨났던 가정 어린이집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다수 폐업을 하더니, 아이가 현재 다니는 유치원 역시 정원이 차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내 친구들만 보아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대다수이고, 결국 낳는다 해도 마지못해 한 명일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 역시 외동이다. 아이의 형제이면서 소중한 가족이 더 생기는 출산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결정은 늘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신도시 내에 생겨나는 아파트 대비 학교 수가 모자라 과밀 학급 문제가 대두되었던 초등학교에서 때아닌 입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학교의 특장점을 플래카드 등으로 내세우면서 홍보 아닌 홍보를 하는 것이다. 사립 초등학교도 아니고 주소지에 따라 배정되는 국공립 초등학교에서 본 적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선생님은 아이들 장래희망 중 거의 최고에 가까운 직업이었다. 부모님들 역시 선생님이 되겠다는 아이의 꿈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에 공부를 잘해서 성적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 수많은 꿈들 중 교사가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되는 현실적인 과정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단지 학업이 우수한 것을 떠나, 공적인 의무와 책임감, 어떤 아이의 인생 전반과 관련된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었다. 역시 선생님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 무수히 많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욱 그랬다. 부모는 부모일 뿐, 선생님 비슷한 흉내라도 내려 하면 아이는 이내 엄마 아빠를 외면하고 만다. 결국 아이에게도 선생님이란 존재감 자체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배움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의 교사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공립 초등학교 교사의 임용 수준이 절벽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만나면 늘 자랑이 가득하던 소위 '엄친딸'(엄마 친구의 자녀)은 교육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렵다는 임용 고시에 단번에 합격했다. 주위 어른들은 취업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여성의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이면 결혼도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 생각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해가 다르게 곤두박질치는 학생 수의 감소는 그녀의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누구나 부러워했던 엄마 친구의 딸은 그렇게 몇 해 동안 임용을 기다리다가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물론 사정이 조금 나은 지방으로 가면 좀 더 빨리 채용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터를 모두 버리고 전혀 모르는 곳으로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학생 수가 적은 것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에 입학만 해도 입학 축하금이라는 것이 나온다고 한다. 출산 지원금, 보육료에 이어 입학 축하금이라니… 이렇게까지 해도 아이들을 보기 힘든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우리 아이가 학교에 다닐 시기의 세상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있을까? 학생 수보다 교사가 더 많아 초등학교도 대학처럼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라도 교사들의 취업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인력들이 결국 생계를 위해 사교육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면 교육 생태계 자체가 위기에 놓이진 않을까? 결국 인구 감소 문제가 경쟁의 경쟁으로 이어져 교육의 본질을 해치게 되지는 않을지… 곧 학부모가 될 엄마로서 입학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다.
늦어지는 결혼과 저출산 문제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도 좀처럼 적령기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결국 그런 선택이 불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사안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만약 우리 아이의 장래희망이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나는 과거의 부모들처럼 웃을 수 있을까? 해결되지 않는 질문만 늘어가니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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