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할아버지·아빠 등번호 14번 달고 엄마 나라 코트 데뷔
패션에도 많은 관심..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 메달 도전
(용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괜찮아요."
16일 인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될 것이 유력한 한국계 선수 키아나 스미스(23·183㎝·가드)는 '인터뷰 시간을 내줘 감사하다'는 기자의 인사에 한국말로 답했다.
한국인 어머니(최원선 씨)와 미국인 아버지(존 스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현재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에서 뛰는 가드다.
부모 중 한 명이 과거나 현재 한국 국적을 보유한 선수의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허용하는 WKBL 규정에 따라 드래프트에 나온 스미스는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용인 삼성생명에 지명될 것이 유력하다.
이달 초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디딘 스미스는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함께 서울 시내 등을 둘러봤다"며 "도시가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미국 농구 명문 루이빌대에서 올해 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4강에 진출했던 그는 이후 WNBA LA에 입단, 경기당 2.6점을 넣으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스미스는 "NCAA 토너먼트에 이어 곧바로 WNBA 시즌까지 치르느라 WNBA 시즌을 마친 뒤 휴식을 좀 취했다"며 "WKBL 시즌 개막에 맞춰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왔고, 지금은 몸 상태가 가볍고 컨디션도 좋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국 스타일의 농구에 대해 "스피드가 빠르고, 컷인 등 움직임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대학교 때 이런 스타일의 농구를 했기 때문에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9-2020시즌 부천 하나원큐에서 뛴 마이샤 하인스 알렌과 같은 루이빌대 출신인 그는 "마이샤로부터 WKBL 리그에 대해 들었다"며 "일단 시즌이 개막하면 경험을 통해 적응하고, 또 많이 배워서 다음 시즌 WNBA에서 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살면서 자신의 '코리안' 정체성을 느낀 적이 꽤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발 신고 집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보통 미국에서 신발을 신고 안방 침대에까지 눕는 생활 습관과는 딴판인 셈이다.
또 구단 관계자는 "스미스 선수 어머니가 '애가 말을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가르쳐달라'고 하시더라"고 귀띔하며 과장된 표현이라고 해도 '한국식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스미스는 이어 "미국에서도 K-팝 인기가 많고, 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며 자랐다"고 소개하며 "최근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좋은 노래와 TV 쇼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삼성생명 입단이 내정된 그는 등번호 14번을 고를 예정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뛴 할아버지와 현직 미국 대학 농구 감독인 아버지가 선수 때 달았던 번호라는 것이다.
그는 "14번은 우리 가족 번호"라고 애착을 보이며 "WNBA에서는 14번이 비어있지 않아서 5번을 썼는데 다음 시즌에는 다시 14번을 달고 싶다"고 말했다. 5번도 '1+4'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스미스는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일들 하든 열심히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매사에 충실하면 기회가 오고, 또 아무리 큰 꿈도 이룰 수 있다고 배웠다"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병'의 자세를 강조했다.
가족애가 남다른 그는 이번에 함께 방한한 가족들이 이번 주말 미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스미스는 "미국에서도 대학교가 있는 켄터키주에서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주까지 차로 33시간 걸렸다"며 "한국과는 시차가 있어서 연락하고 싶을 때 못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혼자 잘 지낼 수 있다"고 꿋꿋하게 말했다.
스미스의 농구 외에 관심사는 '패션'이다. 인터뷰 도중 '패션' 얘기를 꺼내자 원래도 웃는 얼굴인 그의 얼굴에 더 큰 미소가 번졌다.
그는 "농구와 패션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롤 모델로 스카일라 디긴스 스미스를 꼽았다.
WNBA 피닉스 머큐리의 가드인 디긴스 스미스에 대해 스미스는 "코트 안에서는 정말 용맹한 경기력을 뽐내지만 코트 밖에서는 다정하고, 패션에도 남다른 센스가 있는 선수"라며 "그런 캐릭터를 굉장히 닮고 싶다"고 소개했다.
선수로서 보완할 부분에 대해 "멘탈적인 부분과 좀 더 자신감 있는 슈팅"을 지목한 그는 "앞으로 한국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또 대표 선수가 되면 올림픽 메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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