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K리그서 언급된 페이스메이커..우승 경쟁 가열
기사내용 요약
홍명보 "38㎞까지 선두로 와서 압박감"
울산, 3월6일부터 6개월째 1위 자리 고수
전북, 6월22일부터 2위로 울산 지속 추격
울산-전북 승점 차 5점…남은 경기 6경기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이 1위 행진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울산 홍명보 감독은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를 거론하며 전북과의 우승 경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2라운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페이스메이커론을 제기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압박감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1위로 올라선 후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등으로 달리는 것은 압박감이 있다"며 "우리 선수들은 너무 잘하고 있지만 주춤하는 것으로 인해 주위에서 압박이 생겼다. 그걸 넘어서야 하는데 그간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어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며 "우린 의도치 않았지만, 38㎞까지 선두로 오다 보니 압박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홍 감독이 거론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란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나 자전거 경기 따위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를 가리킨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앞서 달리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선수들은 앞서 나가는 페이스메이커를 보며 속도와 호흡을 조절하는 동시에 선두 그룹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는 대체로 30㎞ 지점까지 1시간20분 또는 1시간25분으로 선수들을 끌어주고 빠지는 조건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홍 감독은 울산이 시즌 내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느라 막바지에 체력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홍 감독의 말에서는 2위 전북이 울산을 페이스메이커로 삼고 있다는 얄미움도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감독의 말대로 울산은 올 시즌 개막(2월19일) 후 3월6일부터 6개월 이상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현재 2위에서 울산을 추격 중인 전북은 부침을 겪다가 6월22일부터 2위를 지키며 울산의 뒤를 쫓아왔다.
그랬던 전북이 시즌 막바지 들어 울산을 제치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 지난 7일 승점 10점 차까지 앞섰던 울산은 11일 포항전 1-2 패배로 주춤했고 14일 인천과 0-0 무승부에 그쳤다. 반면 전북은 지난 10일 대구전 5-0 대승에 이어 14일 성남전 1-0 승리로 2연승을 거두며 승점 차를 5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울산으로서는 지난 4년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산은 2019년부터 리그 막판에 뒷심 부족으로 연이어 전북에 우승컵을 내준 바 있다.
울산은 2019년 최종 38라운드에서 비기기만 해도 14년 만의 리그 우승이 가능했지만 1-4로 패했고 결국 다득점에서 전북에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2020년에도 울산은 최종전을 남겨두고 전북과 맞대결에서 패했고 결국 승점 3점 차로 전북에 우승을 내줬다.
울산은 지난해 최종 38라운드에서도 전북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끝에 승점 2점 차로 준우승에 그쳤다. 반면 전북은 K리그1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우승과 역대 최다 9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울산 스스로 페이스메이커라는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페이스메이커가 자신의 역할을 잊고 좋은 성적으로 골인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는 페이스메이커가 컨디션이 좋아 그대로 치고 나가면 우승을 할 수도 있다.
마라톤 국민 영웅인 마라토너 황영조 역시 페이스메이커였다. 황영조는 1991년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로 뛰다 3위로 깜짝 입상을 한 뒤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그는 1991년 7월 영국 세필드U대회 1위, 1992년 제41회 벳푸-오이타 마라톤대회 2위를 거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울산이 황영조처럼 페이스메이커를 넘어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은 6경기에서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다 득점자 엄원상의 부상 공백으로 공격에서 속도감이 떨어진 점, 과감함이 떨어지는 경기 운영 등 문제점을 극복해야 2005년 이후 17년 만의 우승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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