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물원 멸종위기종 77%, 질병-사고로 폐사
이미지 기자 2022. 9. 15. 14:43
국내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멸종위기 야생동물(CITES) 가운데 77.2%가 자연사가 아닌 ‘자연사 외’ 요인으로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동물원에서는 ‘의문사’한 야생동물의 사인을 조사한 결과 질병 집단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이곳 동물들이 감염된 질병은 사람도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동물에서 발원한 인수공통감염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동물원 환경과 전시 형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109개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가운데 폐사한 야생동물은 총 1854마리였다. 동물원이 신고한 이들의 폐사 원인을 살펴보니 77.2%인 1432마리가 자연사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한 폐사였다. 동물원 관계자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그 중에는 인수공통감염병 전염으로 폐사한 동물도 있었다. 야생동물의 질병을 조사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질병원)이 2021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조사 의뢰를 받은 한 동물원의 야생동물 8종을 검사한 결과 ‘우결핵’ 감염이 확인됐다. 양성 판정이 나온 동물들 가운데 3마리는 결국 폐사했다.
우결핵이란 법정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질병원이 해당 동물원으로부터 추가 검사를 의뢰 받아 조사해 보니 인접 사육사에서도 감염된 개체가 확인됐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동물원처럼 자진해서 조사를 의뢰하지 않는 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해도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및 전파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야생동물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3년간 동물원에서 폐사한 야생동물은 멸종위기종과 위기종이 아닌 종을 포함해 총 6613마리다. 이 중 질병원에 사인 조사가 의뢰돼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멸종위기종을 제외하면 단 한 마리뿐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체제 내에서는 동물원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나 사고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돼 사실상 누구나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서식 환경이나 동물 복지와 관련한 별다른 규제도 없다. 수의사는 비상근 촉탁의만 둬도 된다. 지자체 점검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지만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시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식행위인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대구에서는 오랫동안 동물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둔 동물원이 지자체 점검이 아닌 시민 제보로 뒤늦게 확인된 일도 있었다. 이 동물원은 휴원 신고를 하고는 보유 동물들을 관리도 하지 않고는 내버려두었다.
이를 처음 발견한 시민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동물들은 먹이와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배변물로 가득한 사육사에 방치돼 있었다.,너무 추워 고드름이 잔뜩 연 사육사에서 지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추후 조사 과정에서 동물원 측이 병사한 낙타를 토막 내 다른 동물의 먹이로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 처음 발견한 시민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동물들은 먹이와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배변물로 가득한 사육사에 방치돼 있었다.,너무 추워 고드름이 잔뜩 연 사육사에서 지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추후 조사 과정에서 동물원 측이 병사한 낙타를 토막 내 다른 동물의 먹이로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동물원 대표는 동물 학대 혐의로 실형을 받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이 대표가 다시 동물원을 차린대도 등록을 막을 수단이 없다. 이런 제도적 허점에 따라 현재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법안 개정이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엔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수의사 의무 보유 기준을 신설하는 동시에 동물원 점검시 동물 관련 전문검사관을 동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들의 사육 환경과 전시 및 체험에 관한 규제도 포함됐다.
15일 국회에서는 개정안과 관련해 관계 업종, 전문가들이 모인 공청회가 열렸다. 노웅래 의원은 “많은 전시동물들이 좁고 위험한 시설에 갇혀 질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위험한 질병에 노출된다”며 “동물 전시시설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장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짜증왕’ 찰스의 반전…“맥주 마시러 갈래요?” 물었더니 (영상)
- 이준석 “尹 출국하면 일 벌여…윤리위 통해 제명 시도할것”
- 이게 9만 원짜리 회?…뭇매 맞은 월미도 A횟집, 결국 사과
- 여장하고 몰래 여탕 들어간 20대…50분 머물다 검거
- 면역력은 키우고, 콜레스테롤은 낮추고…‘버섯’의 효능
- 이용호, 與 원내대표 출마선언…주호영 합의추대 불발
- 尹 “태양광 비리, 이권 카르텔에 혈세 사용돼 개탄…사법적 해결”
-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북한 초청 받고…이 국가들은 못 받아
- 이재명 장남 경찰 조사…불법도박·성매매 의혹
- ‘강제북송 저항’ 어민은 97년생 우범선·96년생 김현욱…신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