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엉터리 양극화 해소는 성장만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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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공식 통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섣부른 분배 위주의 정책, 즉 소득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으로 A라는 사회가 마이너스성장해 소득이 1.2원, 1.6원, 2.2원인 D 사회로 이행하게 된다면 결국 다 같이 못사는 원시사회로 돌아가자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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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공식 통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양극화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양극화 역시 정치권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음에도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면 둘 중 하나는 틀렸거나 둘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통상 소득 불평등은 소득 배율로 측정되는 상대적 개념의 불평등을 의미하고, 소득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소득 계층이 상류층과 빈곤층으로 이분화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두 개념을 통계 지수로 만들어 수치로 측정하면 두 지수의 추이는 놀랍도록 유사하다.
다른 한편으로 소득 양극화를 위와는 다른 개념인 부자와 가난한 자의 소득 격차, 즉 절대적 소득 격차로 정의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인으로 구성된 A라는 사회에서 처음에 1원, 2원, 3원의 소득을 벌고 있다 가정해보자. 이 사회 구성원의 소득이 각각 두 배인 2원, 4원, 6원으로 증가해 B 사회가 됐다면 이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결과에서 가장 부자와 가장 가난한 자의 소득 배율은 A·B 사회 모두 3배 차이(각각에서 3분의 1과 6분의 2)로 동일하다. 하지만 소득 격차는 A 사회의 경우 2(3-1)원, B 사회는 4(6-2)원으로 소득 양극화가 두 배로 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A에서 B로의 이행은 100% 성장해 모든 구성원의 소득이 두 배가 되고 절대 빈곤도 감소된 바람직한 사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득 격차도 두 배로 증가해 양극화가 심화한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 위주로 성장하거나 또는 A에서 B로 성장한 후에 부자에게 0.5원의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나눠줘 2.5원, 4원, 5.5원의 소득을 얻게 되는 C 사회의 경우에도 소득 격차는 3(5.5-2.5)원으로 A 사회보다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성장 사례를 살펴보면 성장을 하면 소득 불평등의 증감은 일정하지 않지만 소득 격차는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소득 격차를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하거나 마이너스성장을 발생시킨다.
지난 정부에서 소득 주도 성장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자 도리어 비정규직이 늘고 자영업자는 피해를 보면서 성장이 둔화된 것이 그 예이다.
A에서 B로 이행된 사회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C로 이행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이는 국제기구에서 권장하는 빈곤 감소적 성장(pro-poor growth)이자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섣부른 분배 위주의 정책, 즉 소득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으로 A라는 사회가 마이너스성장해 소득이 1.2원, 1.6원, 2.2원인 D 사회로 이행하게 된다면 결국 다 같이 못사는 원시사회로 돌아가자는 것과 같다. 즉 다 같이 못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성장 전략 없이 양극화 해소만 외치는 경제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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