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개국 750만 재외동포는 공공외교 펼치는 민간외교관"
유미 호건 "사명감으로 한국 알려", 박소희 "일본에 한류 팬 많아"
김성곤 이사장 "세계시민 부합한 홍익인간 정신으로 공공외교 펼쳐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80개국에 거주하는 75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해외 이민자가 아니라, 거주국에 한국을 알리는 공공외교를 펼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성곤)이 1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주포럼 세션으로 개최한 공공외교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재외동포는 거주국과 모국을 잇는 가교로 한국 문화 전도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거주국에 한국 알리기를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는 '평화와 공존을 위한 글로벌 한인의 공공외교'를 주제로 김성곤 이사장, 유미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퍼스트레이디,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재일동포 3세 배우 박소희가 발표자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과의 소통으로 우리의 역사·문화·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해 외교 관계 증진과 국가 브랜드를 제고해 긍정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코리아(Korea)는 1천100년 전 '고려'라는 국호에서 유래했다"며 "높을 '고(高)'에 고울 '려(麗)'로 매우 아름답다는 뜻이 있으므로 코리안은 아름다운 민족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공공외교법 3조에 '공공외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대한민국 고유의 특성을 조화롭게 반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弘益)인간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이 주장하는 세계시민 정신, 글로벌 시티즌과도 통한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유미 호건 여사는 "미국 이민 33년이 흘렀지만, 한순간도 한국을 잊은 적이 없다"며 "뿌리를 기억해 차세대에 우리 문화를 전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2015년부터 미국 역사상 첫 한국인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로 살면서 가장 힘쓴 일 중 하나가 한국 알리기"라며 다양한 관련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주지사 관저에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음식도 같이 해 먹으며 한국인의 정을 나누고, 주지사 유튜브에 종종 출연해 한식을 만들며 한국 식문화를 소개했다.
또 남편과 함께 4월 5일을 '태권도의 날'로 지정하고, 메릴랜드주 '코리안웨이' 지정 및 '코리아타운 기념 조형물' 건립,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입,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 등에 힘쓴 일도 소개했다.
호건 여사는 "무엇보다도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저의 존재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외동포는 어디에 살든 코리안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한인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주류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모국의 위상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소희 배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한국 외교관이라고 생각하고 모범이 되게 행동해야지, 그릇되게 살면 한국도 나쁘게 바라본다고 당부했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며 한일 양국에서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 그는 "내 정체성은 한국인도, 한국계 일본인도 아니며 자이니치(在日)일 뿐이다"고 밝혔다.
재일동포를 의미하는 일본어인 '자이니치'(在日)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차별을 견디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온 역사를 함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는 재일동포는 차별을 피하려고 보통 일본식 이름인 통명(通名)을 쓰고 있지만, 자신처럼 3세대인 사람들은 최근 한국인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우익에 의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끊이지 않는 상황을 전하면서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으므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아베 총리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발 암살범이 재일동포가 아니길 빌었다"며 "모든 재일동포들의 심정이 다 같았을 것"이라고 눈치를 봐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도쿄와 오사카 코리아타운에 한류를 맛보려는 관광객이 넘쳐날 정도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도 많다"고 했다.
'파친코' 시사회에서 가슴 양쪽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 배지를 달고 참석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양쪽 국가에 속하면서도 경계인이기도 한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직접 만들어서 달았다"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존재로서 자이니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화 공공외교대사는 "정부가 공공외교법을 만든 지난 5년간은 정부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다"며 "앞으로의 5년은 재외동포 등 민간이 주체가 된 공공외교가 활성화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재외동포가 중심이 돼 국제사회에서 일본 전쟁 범죄의 진상을 알려온 소녀상 건립, 한반도 평화 정책 홍보, 코로나19 발생 후 한국 방역품 해외 배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 위상을 높여온 사례를 소개했다.
토론 후 김성곤 이사장은 공공외교 활동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해 호건 여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세미나에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학계와 동포사회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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