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라 지휘자 "게임이 클래식 활성화에 기여한다"

문원빈 기자 2022. 9. 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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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가득한 리니지 게임음악회 비하인드 스토리 대방출
- 정나라 경기필하모닉 지휘자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도 문화 예술'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게임이 서사 구조,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종합 예술이라는 말이죠.

게임업계가 게임과 문화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최근에도 메이플스토리, 로스트아크,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게임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제공해 환호성을 받았죠.

최근 엔씨소프트 '리니지'도 오케스트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자는 리니지라는 게임을 심도 있게 즐겨본 적이 없고 그에 따라 OST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 특별한 감정 없이 관람석에 앉았어요.

하지만 콘서트가 끝났을 땐 "리니지에 정말 명곡이 많았네"라는 감동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좋은 음악이 많았고 그 노래들을 훨씬 더 멋지게 장식한 오케스트라를 보며 게임 음악이 이제 더 이상 영화 음악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음악가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리니지 게임음악회에서 큰 감동을 선사한 정나라 경기필하모닉 지휘자도 "실제로 게임음악회가 클래식 음악의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게임음악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에게 리니지 게임음악회를 지휘한 소감과 향후 게임음악이 전통 클래식에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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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임 팬들에게는 오케스트라 자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나라 지휘자] 오케스트라는 간단하게 현악기군,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 이렇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영화음악이나 게임음악회 같은 경우 효과를 위해 특별한 타악기들이 사용이 되죠. 이번 게임음악회에도 많은 타악기들이 편성되었습니다. 하프와 피아노도 사용되어서 음악표현에 있어서 더 세밀하고 특별한 느낌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Q.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지휘자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나라 지휘자] 음악 가족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는 지휘자셨고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이신데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죠. 아직도 아버지가 지휘하시는 모습이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지휘하는 모습을 본 것이 6살 때였는데 그때 아버지가 지휘봉으로 오케스트라를 통솔하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 그때부터 지휘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Q. 게임 음악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정나라 지휘자] 네, 인생에서 처음 지휘해보는 게임 음악 콘서트였습니다. 

 

Q. 게임 음악과 전통 클래식과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정나라 지휘자] 곡의 형식, 악기 편성, 화성법, 대위법 등 음악 이론적인 측면에서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이 주는 여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클래식 음악은 어떤 추억이나 생각이 추상적일 수 있는 반면, 게임 음악은 음악을 듣는 순간 그 게임의 장면이나 그 게임을 하면서 경험한 에피소드가 즉각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곡이 끝났을 때 더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Q. 관람객의 반응에서도 차이가 있나요?

[정나라 지휘자] 리니지 게임음악회 반응은 너무 좋았습니다. 1부가 끝나고 커튼콜을 보통 안 하는데 박수를 정말 많이 해 주셔서 오히려 클래식 음악회 때보다 반응이 더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Q. 최근 게임 음악 콘서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음악인 입장에서 이를 통해 오케스트라가 대중화되는 것이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정나라 지휘자] 이제 게임음악회는 국공립 오케스트라 뿐만 아니라 많은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기획 연주회로 자리매김되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음악회가 클래식 음악의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음악회에 오시는 분들이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SNS를 통해 성원을 보내주시면 연주자들 입장에서 뿌듯하고 계속해서 소통이 이어지기를 바라죠.

 

Q. 게임 음악 콘서트에서 지휘자들을 보면 동작이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다른 클래식에서도 비슷한가요?

[정나라 지휘자] 좋은 표현 감사드립니다. 리니지 음악 자체가 굉장히 역동적인데다 음악에서 연출되는 분위기와 스케일이 방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움직임이 음악을 따라간 것 같습니다.

이번 연주 같은 경우 빠른 비트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이 연이어서 나오면 저 또한 계속해서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숨을 고르지 못하게 됩니다. 힘이 더 들어가고 숨차는 순간도 여러차례 있었죠. 음악이 너무 좋으면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고 동작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Q. 리니지 플레이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추가로 평소 즐기는 게임이 있나요?

[정나라 지휘자] 음악이 너무 궁금해서 리니지W를 다운 받아 짧게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그래픽과 영상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지만 제가 보통 즐기는 게임에 비하면 수준이 너무 높아 어려웠습니다.

 

Q. 리니지 콘서트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추가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나라 지휘자]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게임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아서 리니지를 많이 검색했습니다. 게임에 줄거리가 있는지, 끝이 있는 게임인지도 궁금했고 어떤 캐릭터가 나오면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리니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죠.

리니지 음악을 편곡 작업한 정재민 선생님과 리허설을 하면서 더 효과적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중간중간 악보를 고쳤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면서 수정을 병행해야 했죠.

게임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 게임이 끝날 때 나오는 음악은 감정적으로 연주해야 한다든가 또 어떤 곡은 템포가 조금이라도 느리면 들으시는 분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실 수 있으니 꼭 맞는 템포로 해야 한다 등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참고로 그 곡은 '은둔자'입니다.

예전부터 리니지를 즐기는 오케스트라 단원 분들과도 템포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1부 네 번째 곡인 '공성' 템포를 제가 침착하게 잡았더니 그 곡은 더 빨라야 한다고 조언해 주셔서 제가 전반적인 템포를 더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허설을 하면서 좋은 음악회를 위해 템포가 괜찮은지 음악적인 분위기가 괜찮은지 그 단원분과 정재민 선생님께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 리니지 OST '실베리아'

 

Q. 가장 인상 깊은 곡을 꼽는다면?

[정나라 지휘자] 가장 인상깊은 곡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실베리아'입니다. 음악이 너무 낭만적이고 멜로디가 참 아름다워서 연주가 끝난 지금까지도 귓가에 맴돕니다. 

 

Q. 가장 까다로웠던 곡은 무엇인가요?

[정나라 지휘자] 1부에 아홉 번째로 연주했던 곡입니다. "깊숙한 지저 → 검은요새 → 숨겨진 이야기 → 망자의 은신처"가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에 넘어가는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고 템포를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는지를 숙지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2부에 '군단의 땅' 같은 경우도 불규칙한 리듬과 빠른 템포가 있어서 긴장을 놓치면 절대 안 되는 곡이었죠. 조금이라도 지휘 비트가 어긋날 경우 대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써야 했습니다. 

 

Q. 리니지는 혈맹 중심의 웅장하면서 근엄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 연주자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요?

[정나라 지휘자] 제가 연주자들에게 특별히 주문할 것이 없었습니다.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단원분들도 즐겁게 연주하는 게 느껴졌고 음악 자체에 푹 빠질 수 있어서 분위기를 잡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이 좋으면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Q. 앵콜곡을 리니지W 메인 테마로 선정한 이유는?

[정나라 지휘자] 리니지 음악회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 나온 곡이 바로 리니지W 메인 테마였습니다. 그 영상에서 나오는 검이 특별히 저에게 강렬하게 다가와서 몇 번이고 재생을 반복해서 봤었습니다. 게임음악회 특성상 앵콜 곡을 하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주저없이 이 곡을 선택했죠. 

 

Q. 리니지W 메인 테마 관련해 유튜브 공식 사운드 트랙과 이번 공연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정나라 지휘자] 리니지 W 메인 테마와 이번 공연 메인 테마의 다른 점은 전체적인 편성입니다. 공식 사운드 트랙을 들어보시면 마지막에 합창단 소리를 들으실 수 있죠. 이번 연주의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주에 합창단도 같이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 어우러지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고 더 업그레이드된 표현력과 색채감을 관객들께 전달할 수 있을테니까요. 

- 리니지W 메인 테마

 

Q.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으면 가장 뿌듯한지 궁금합니다.

[정나라 지휘자] 저는 인간적인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Q. 리니지 콘서트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이 좋았습니다. 혹시 추가 공연을 기대해도 될까요?

[정나라 지휘자] 저는 기회가 되면 추가 공연을 무조건 꼭 하고 싶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Q. 향후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게임 음악 콘서트가 있다면?

[정나라 지휘자] 정말 간절히 연주하고 싶은 게임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드래곤퀘스트'인데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드래곤퀘스트 V'입니다. 같이 연주한 경기필 악장님이자 제 친동생이 즐겨했던 게임이죠. 과거 그 게임에서 나오는 음악을 저에게 들려주었는데 큰 감동을 받고 너무 좋아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Q. 지휘자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조언 혹은 한마디 부탁드려요.

[정나라 지휘자] 본인의 갈 길을 꾸준히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길게 자기 음악을 하는 길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게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나라 지휘자] 이번 리니지 게임 음악회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연구하고 발전해서 더 좋은 게임음악회를 만들어서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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