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심사 제동' 엘앤에프.."합작 안되면 혼자라도 미국 간다"

김성은 기자 2022. 9. 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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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R&D센터 전경/사진=엘앤에프 소개영상 캡쳐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 중 하나인 엘앤에프가 미국 진출을 위한 기술 수출이 불허되자 합작법인이 아닌 독자 공장 건립 방법도 모색중이다. 진출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은 맞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란 의견도 맞선다. 해외 진출을 준비중인 다른 기업들도 보안은 물론 ESG, 탄소발자국 이력 등 다방면을 면밀히 살펴 진출에 문제 없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수안 대표 "보완 철저히 해 재심의 요청할 것···단독 진출도 고민"
15일 엘앤에프는 전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국 배터리 양극재 합작법인(JV) 공장 건설 관련 기술 수출 승인이 불허된 것에 대해 "우선적으로 재심의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심사 주체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2~3개월마다 다시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기술 보안에 대해 보완해 재심의를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엘앤에프는 '리튬이차전지 및 소재 관련 설계·공정·제조·평가기술 관련 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대상 기술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최첨단 기술로서 해외 유출시 국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 우려, 기술이전에 대한 구체적 사유 부재, 기술보호 유출방지를 위한 보안대책 부족 등의 사유로 수출 불승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과 함께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오랜 기간 거래해왔으며 해당 양극재를 쓴 배터리는 테슬라로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니켈 함량 90% 이상 양극재 대량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은 엘앤에프가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다. 전일 기준 시가총액 8조4578억원으로 코스닥 3위 기업이다.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 분위기 및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소재 업체들도 앞다퉈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엘앤에프 역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와 JV 형태로 미국 진출을 검토중이었으나 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진출했거나 추가 진출을 고려중이지만 중견 소재기업들은 이제 막 진출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소재기업으로서 비교적 일찍 미국 진출 준비에 착수한 엘앤에프의 이번 사례가 다른 소재업체들에게도 표본이 될 것이란 평가들이 나온다.

엘앤에프는 법무법인과 논의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재심의를 요청할 것인만큼 당초 회사의 사업전망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전망과 신규투자 6500억원 등에는 해외진출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진출의 경우 2025년 양산 목표로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JV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독자 진출도 고려한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법무법인 등과 함께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조치를 철저히 해 재심의 요청을 할 것"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재 검토중인 비즈니스 모델에 단독진출을 포함시켜 추가적 옵션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간단치 않은 해외 진출길 확인, 대비 철저···IRA 협상 카드일 수도"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임수석 외교부 신임 대변인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IRA 등 외교 현안에 대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앤에프 외에도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 솔루스첨단소재 등 소재업체들은 북미 진출을 준비중이다. 소재 및 배터리 업체들은 이번 엘앤에프의 사례를 보는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는 한편 기술심사 대비를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계획들이다.

우선 우리 정부가 자칫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제동을 건 것처럼 보이나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치란 평가들이 나왔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합작사 형태로 공장을 지을 때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 기술 열람을 허용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이 때 어느 선에서 기술 열람이 가능하더라도 그 상대방이 이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계약 단계에서 확실히 매듭지어져야 하는데 만일 그 과정에서 미비점이 보인다면 정부로선 당연히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시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들 중엔 그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얼마나 철저히 하고 있는지,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요청한다"며 "단순 기술 보안 이슈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상황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우리 기업으로 하여금 상대방에 좀 더 당당히 자국 기술 보안을 주장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줄 수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맥락을 살펴보면 해외 진출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기술 보안 보완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반응하기 보단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조치가 IRA 시행을 앞둔 미국과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단 해석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우리나라 양극재 기업의 북미 진출길이 막히면 이를 가져다 쓰는 배터리 기업은 물론 테슬라, GM, 포드 등 해외 전기차 기업 전동화 전략도 차질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IRA를 통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등 현재 미국에 생산공장이 없는 타국 기업을 사실상 제외시키면서 논란이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우방국마저 제외시켰다는 비판이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IRA 세부 시행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단계에서 우리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시킨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단,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에 표를 의식한 바이든 행정부가 타국의 사정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란 어려울 수 있단 회의론도 나오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IRA 법안이 수정되는 것을 보고 우리 정부에서도 (양극재 등 소재 기업의 기술 수출건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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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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