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아프고 힘들었지만"..하정우, '수리남'으로 깬 2년반 공백기(종합)

문지연 2022. 9. 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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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직접 만나 인사드리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사죄의 말씀 드리겠다."

하정우가 긴 침묵을 깨고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약 15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2년 6개월 만의 활동 재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윤종빈 권성휘 극본, 윤종빈 연출)의 주인공 강인구로 분하며 마약 카르텔과의 맞대결을 선포했다. 하정우의 '수리남' 출연이 더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그가 2019년 프로포폴 불법투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주인공이 됐었기 때문. 하정우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 없이 자숙하며 공백기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마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는 '수리남'으로 복귀하게 된 민망한 상황이지만, 하정우는 먼저 사과를 건네며 분위기를 풀었다. "'수리남'이 복귀작이 될 것이라 예상도 못했다"는 그는 "이 작품으로 2년 반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2005년 처음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하면서도 처음 맞이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던 시간들이었다. 단순히 2년 반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어떻게 보면 짧을 수 있지만, 저에게는 많은 부분들을 반성하고 깨닫고 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 하정우에게 취재진과 함께하는 모든 일정들이 낯선 일이라고. 그는 "낯설다. 그간에 필모그래피나 영화를 찍고 무대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했던 것들이 전부 '리셋'된 느낌이다. 제작발표회를 할 때에도 마치 첫 제작발표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할 정도. 그러나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듯 "또 적응을 해나가야겠지"라는 말로 대중에게 다가갈 자신을 예고했다.

대중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수리남'이 공개된 직후 추석 연휴 동안 온라인에서 댓글을 하나 하나 찾아봤다는 그다. 하정우는 "오랜만에 새 작품을 봐서 그런지 주변 분들은 재미있게 봤다는 응원의 말을 해줬다. 재미를 떠나서. '재미있게 봤다', '6부까지 쉼 없이 몰입력 있게 보았다'라는 말은 충분히 만족할 단어였다"며 "댓글은 상처받는 댓글도 있고, 계획을 몰라주고 답답했던, 내 마음을 몰라주는 댓글도 있었다. 오만 감정이 다 들었다"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수리남'은 특히 하정우에게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것에 더해, 직접 영상화를 생각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마약상 조씨의 실화를 접했던 그가 윤종빈 감독에게 영상화를 제안하며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정우는 "15페이지 정도의 인터뷰 내용의 글을 갖고 시작했다. 전요환의 서사가 다 허구로 만들어졌고 재구성이 됐기에 그 안의 디테일은 다 영화적으로 극대화해 구성한 것이었다. 실화 베이스에서 가져올 것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했다. 제가 맡은 강인구는 윤종빈 감독 본인이 느낀 아버지상이나 본인의 모습을 콜라보레이션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의 40회차 로케이션 촬영부터 제주도, 전주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촬영이 이어졌다. 하정우는 두 달간 40회차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하며 각오를 다져야 했다고. 진흙탕에 빠지고, 휴대전화도 작동하지 않는 정글에서의 촬영은 고됐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촬영 현장은 너무 너무 힘들다. 집요하게 찍어대니까. 그래서 각오를 좀 남달리 했다. 거기다가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생활 여건이 녹록치 않았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밀림에다가 시대물이라 엄청 고생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었다"고 말했다.

극중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이나 조선족 변기태(조우진), 그리고 국정원 요원 최창호와 마약상 구상만을 왔다 갔다 해야 했던 박해수의 연기와는 달리 강인구의 역할은 큰 특징 없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바. 그러나 하정우는 이를 통해 중심을 잡아내며 '수리남'을 이끌었다. 하정우는 "1번 주연의 어려움인 것 같다. 1번 주연이 공격수 같지만, 사실은 수비수 같은 느낌이다. 미드필더 같다. 화려하고 튀어보이는 것도 몇 분 더 보면 지루해진다고 생각한다. 1번 주연의 역할은, 이 작품을 쭉 끝까지 끌고가며 주변 인물을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늘 고민하는 것이 그 안에서 조금 더 새롭고, 나은 표현 방식이나 해석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참 어려운 지점이다. 제 생각에는 캐릭터를 꾸미는 것보다는 제 자신의 해석이나 내공을 키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하정우에게 '수리남'은 잠들었던 자신을 �틸� 세상에 나오게 해준 고마운 작품.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과 제가 처음 촬영을 시작하고 준비하면서, 그동안 윤 감독과 제가 한국 영화계에서 큰 기회를 얻어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게끔 기회를 얻고,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정말 '파이팅'을 외쳤던 것은,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여섯 시간짜리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서 선물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 그거 하나 바라보고 끝까지 완성한 것 같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시리즈를 즐겨주시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하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찍었던 작품, 찍을 작품을 통해 보답하고 온전히 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정우의 복귀 이후 행보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영화 '피랍'과 '보스턴 1947', 그리고 '야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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