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분노에 입 연 전북 허병길 대표 "지금은 김상식 감독 힘 실어줘야"
전북과 성남의 리그 32라운드. 전주월드컵 경기장엔 '김상식 OUT', '허병길 OUT'이라는 걸개가 관중석을 뒤덮었다.
전북 바로우가 결승 골을 넣은 뒤에도 팬들은 붉은 글씨가 새겨진 걸개를 흔들며 '오오렐레' 응원가를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하위 성남을 잡고 연승을 달리며 울산과의 승점을 어느덧 5점까지 좁혔지만, 전북 팬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승리가 아닌 듯 했다.
팀의 정체성인 '닥공'을 잃어버린 전북을 향한 팬들의 실망감은 점점 높아지고만 있다.
한 골을 넣고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북 관중석에선 "닥치고 공격"이라는 외침이 끊이질 않았고, '3,334'명 관중 집계가 전광판을 통해 발표되자 "관중 수가 이게 뭐냐"라는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선수단의 버스를 가로막기까지 하며 제발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지금, 전북의 수뇌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김상식 감독과 함께 팬들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 전북 허병길 대표에게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다음은 전북 허병길 대표와의 일문 일답.
Q.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팬들은 닥공을 요구하는 데 감독의 전략 전술이 팬들 기대해 부응하지 못하니 성적과 관계없이 나가라 이 얘기죠. 대표가 감독을 안 내보내고 있으니 직무유기니까 저도 같이 나가라 이거죠. 아무리 우수한 선수를 사온다 하더라도 이제는 K리그 팀들 간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봐요. 상대 팀들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팬들과 만날 예정인가?
팬들하고 대화하지 않으려 한 게 아니라, 사실 매년 간담회를 해왔는데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던 거죠. 올해 코로나가 조금 풀려서 MGB(전북 서포터즈)와 지난 5월 28일 오후 4시인가 사무실에서 하기로 했는데 MGB 쪽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못 하겠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MGB는 일반 팬이 참석하지 않으면 간담회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인데, 계속 고민을 하고 있죠.
정책 부분에 대해 조언하면 저희도 얼마든지 팬들을 위해서 수정하고 바꿀 텐데, 서포터들 쪽에서 감독 경질이라는 내용을 정해놓고 간담회를 하자니까 난감합니다. 간담회 개최에 대해선 박지성 위원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간담회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김상식 감독 재계약하나?
사실 작년에 우승하고 재계약을 하려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감이 있죠. 시즌 중간에 발표하려 했는데 연초부터 성적이 안 좋았다 보니까…. 김상식 감독은 시즌 끝나고 평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박지성 위원하고 같이 상의하겠습니다.
(박지성 위원과 김상식 감독은 막역한 사이 아닌가?) 박 위원이 계약할 때도 그랬어요. 감독 경질할 권리까지 달라고. 박 위원이 일할 때 보면 굉장히 냉철합니다. 성적만 보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여러 가지 부분을 볼 예정입니다.
Q. 외국인 감독 선임설은 소문인가?
전혀 사실 아닙니다. 힘을 실어 주어야 할 상황이죠. 시즌 마무리가 얼마 안 남았는데 그런 얘기들이 돌면 감독은 어떻겠어요. 김 감독이 초임 감독 아닙니까? 최강희 감독은 처음부터 잘했나요. 닥공에 대한 환상…. 그걸 구현 못 한다고 모든 감독을 다 내보라고 주장하면 여기 와서 감독 맡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Q.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는 앞으로 어떤 역할 맡게 되나?
프로축구연맹에서도 2026년부터는 테크니컬 디렉터를 의무화시켜요. 쉽게 말해 선수단과 사무국의 가교역할 하는 거죠. 선수 '인 아웃', 코칭스태프 선임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도 영국에 있지만, 화상으로 모든 걸 다 보고받고 할 겁니다. 박 위원하고 감독하고 전력 강화팀, 스카우트하고 협의해서 OK 하면 저는 모든 걸 다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죠.
Q. 전북 B팀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B팀이 라커룸도 사용은 해요. 사실은 저희 들이 B팀을 처음 운영하잖아요. 인원이 많아 지면서, 사실 A팀이 집중해서 성적이 좋아져야 하는데.. 동선이 겹치고 하면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웨이트 훈련이나 이런 걸 B팀과 같이하긴 그래서 김상식 감독이 정해놓은 거로 알아요. 박 위원하고도 같이 의논했고요. 웨이트 운동을 못 한다는 게 아니고 훈련시간을 다르게 하는 거죠.
(B팀 선수들 식사는?) B팀 선수들은 클럽하우스가 아닌 외부 식당을 지정해놓고 그곳에서 먹고 있습니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팬들에게 답답한 경기력으로 비쳐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면교사 삼아서 더 좋은 경기력 나올 수 있도록 준비 잘해서 내년 시즌엔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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