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홀딩스‧쇼와덴코 좋아요'..日주식에 빠진 개미들, 지난달에만 950만 달러 베팅
엔화 약세 이어진 영향
일본 주식 거래에 몰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연초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긴축 정책으로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등 주요국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확장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은 일본 주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엔 당 1000원을 훌쩍 넘었던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엔 환율)도 900원선으로 내려오면서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일본 증시 상장 기업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946만달러(약 130억원)를 순매수했다. 올해 1월 순매수 규모(259만달러·약 40억원)에 비하면 세 배가 넘는 액수다. 같은 기간 매도금액과 매수금액을 합친 전체 거래금액은 1억9457만달러(약 2688억원)로, 올 1월(1억1067만달러·약 1529억원) 대비 76% 늘어났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매수금액은 1억202만달러(약 1409억원)에 달해 올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월(5663만달러·약 782억원)과 비교하면 80%가량 늘어났다.
일본 증시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데에는 전 세계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기준 금리(-0.1%)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에 엔화 약세도 이어져, 지난 7일엔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연고점인 144.991엔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하반기 100엔 당 1000원을 넘었던 원·엔환율(1080.54원·2021년 9월 17일)은 올해 들어 급락해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6월 8일에는 938.68원까지 하락했다. 8월 31일에는 969.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초 원유 가격이 120달러를 넘어서고, 유럽도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등 글로벌 긴축 부담이 커지며 일본 증시도 한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이후 6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일본 지수들이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8월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같은 국제 통화정책회의도 열리지 않아 환율 변동폭도 제한적이었고, 이에 엔화 약세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도 개선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전 세계 국가들이 긴축모드로 전환했지만 일본은 거의 유일하게 장기수익률제어(YCC)정책을 고수하며 유동성을 풀고 있는 것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CC 정책에 따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상단은 최대 0.25%로 제한된다. 다만 박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일본 증시도 결국 미국 등 글로벌 경기와 증시 흐름에 동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은 종합소재기업 쇼와덴코(SHOWA DENKO)로, 4312만달러가 순매수됐다. 이어 Z홀딩스(Z HODINGS CORP)가 2625만달러, 카도카와 코퍼레이션(KADOKAWA CORP)과 셀시스(CELSYS ORD)가 각각 1931만달러(약 267억원), 1050만달러(약 145억원) 순매수되면서 그 뒤를 이었다.
Z홀딩스는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합작사로, 핀테크·이커머스 등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최근 한 달 간 1397만달러(약 193억원)가 순매수되면서 가장 많이 순매수된 해외 주식 상위 1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카도카와는 만화·애니메이션·영화·잡지·게임 등을 제작·유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카도카와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카도카와 주식 517만8300주를 취득해 현재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다.
셀시스는 만화·삽화 등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용 소프트웨어인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를 개발한 업체다.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는 애니메이션 제작, 글꼴 변화, 3D 모델링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드로잉 프로그램이다.
다만 일본 증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말(12월 30일) 2만8791.71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8월 31일에는 2만8091.53까지 떨어졌다. 하락율은 2.4%(700.18)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쇼와덴코는 2415엔에서 2155엔으로 10.7%(260엔) 하락했고 Z홀딩스(-37.1%·245.5엔), 셀시스(-0.04%·4엔)도 주가가 하락했다. 카도카와 코퍼레이션(1.5%·46.1엔)은 소폭 주가가 올랐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
- 40주년 앞둔 쏘나타, 얼굴 바꾸니 美 판매량 급증
- [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
- 축구장 100개 규모 연구소에 3만5000명 채용하는 화웨이…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는 감원 바람
- 현대건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 체결
- “올해 핼러윈 가장 무서운 영상”… 외신도 놀란 현대차 로봇
- WBC 한국팀 괴롭힌 마법의 진흙… “야구공 점착성·마찰력 높여”
- 치킨업계 1·2·3위 얼굴, 한달새 모조리 바꿨다… ‘치킨왕’ 자리 놓고 스타마케팅
- [美 대선] 美대선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는?
- 최태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많은 기술 보유…AI 흐름 타고 성과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