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포스코.. 이번엔 태풍 피해 책임론
"인재 부각 시도는 결국 경영진 리더십 겨냥" 해석
포스코 과거 회장들, 정권 교체기마다 중도하차
정부가 태풍 힌남노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사전 대비가 충분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가 예고됐음에도 피해가 커진 이유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회장이 교체된 ‘포스코 잔혹사’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주 중 ‘철강수급 조사단’을 구성해 포스코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복구 지원 및 철강 수급 영향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전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에 따른 포항 철강 산업의 피해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생산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되 피해가 커진 데 따른 책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이번 포스코 피해를 두고 사전 대비가 가능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 경영진의 리더십 문제를 겨냥하기 위한 ‘포석 깔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가 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었다. 민영화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유상부 5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고 한 달 만에 사퇴했다.
이구택 6대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이명박 정부 1년 만에 사퇴했다. 뒤를 이은 정준양 7대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1년 만에 물러났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그는 이후 무죄를 선고받았다. 권오준 8대 회장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인수 비리, 사옥 헐값 매각 등 각종 의혹을 받다가 임기 2년을 남겨놓고 ‘건강상 이유’로 전격 사임했다.
포스코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가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포스코는 과거 공기업이었지만 현재 정부가 보유한 지분은 하나도 없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의 6월 말 기준 현재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8.3%)이다.
오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가 없는 상황인 만큼, 연금공단과 각종 규제를 앞세운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태풍 피해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따져보겠다는 것이 최정우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재계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바뀌는 ‘포스코 잔혹사’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영화 이후 수장을 맡은 유상부 5대 회장부터 최 회장까지 모두 포스코 내부에서 발탁되긴 했지만, 결국 회장직까지 오르기 위해선 정치권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계 관계자는 “리더십에 대한 외풍이 거셀수록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이는 조직의 사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포스코 흔들기는 결국 포스코 단일 기업은 물론 한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권오준 8대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 전 회장은 2017년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선임되면서 2018년부터 회장직을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그해 4월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는 회장단 자격을 상실했고, 결국 회장직은 브라질 철강사인 게르다우로 넘어갔다. 당시 철강업계는 권 회장의 회장단 입성으로 세계 철강업계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권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철강사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교류 및 판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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