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난 놈' 두산 정철원 "솔직히 잘 할 줄 알았다"

이상철 기자 2022. 9. 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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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입단 후 올해 1군 데뷔
49경기 ERA 2.42-16홀드로 신인상 유력 후보
두산 베어스 투수 정철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올해 1군에 데뷔해 신인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투수 정철원(23)에 대해 '난 놈'이라고 불렀다. "못 하는 게 없다"는 게 박세혁의 평가인데 이에 정철원은 "솔직히 잘 할 줄 알았다"며 당돌하게 답했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올해 9위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위안을 삼고 있다. 여러 젊은 투수 중 돋보이는 이는 '5년차' 정철원이다.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정철원은 뒤늦게 꽃을 피웠다. 1군 무대도 못 밟고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현역으로 입대한 그는 올해 5월1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핵심 불펜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49경기에 나가 4승3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42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정철원은 경험이 쌓이면서 150㎞대 직구는 더 묵직해졌고 경기운영 능력도 향상됐다. 그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0.96에 불과하다. 올 시즌 신인상 자격이 있는 투수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이다.

직접 정철원의 공을 받는 박세혁은 "투수들이 아무리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실전에서 발휘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자신이 마운드에 올라 직접 부딪히며 경험하고, 이를 통해 감을 잡아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정철원은 진짜 난 놈이다. 공을 받을 때 압력이 다르고 각도 예리한데 운동 능력까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철원이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이렇게 빠르고 좋은 공을 던진 것은 아니다. 스스로 던지면서 감을 잡았다. 상대 타자를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등판하는데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코칭스태프도 정철원을 향해 호평을 쏟아냈다. 김태형 감독은 "모든 걸 잘 하는 투수"라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배영수 투수코치는 "(신인상을 넘어) 훗날 충분히 최우수선수를 받을 기량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이런 평가에 정철원은 "솔직히 잘 할 줄 알았다. 프로에 입문했을 때부터 자신감은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감독님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늦었어도) 이렇게 두산 팬들 앞에서 내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행운"이라고 당돌하게 답했다.

정철원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두산의 5-0 승리에 기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팀이 4-0으로 앞선 7회초 1사 1, 2루에 구원 등판한 정철원은 150㎞ 직구를 던져 대타 문성주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후속 타자 로벨 가르시아를 유격수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했다. 8회초에도 마운드를 지킨 그는 12개의 공을 던져 가볍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입단 동기인 정철원의 호투 덕에 시즌 2번째 무실점을 기록한 선발 투수 곽빈은 "철원이가 나보다 두 수는 위에 있다. 철원이는 제구가 안정된 데다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는데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두산 정철원이 10회초 2사 1,2루에서 SSG 크론을 삼진 처리 후 환호하고 있다. 2022.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철원은 "승계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친구 빈이의 무실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문성주 타자와 대결에서 그 코스로 직구를 던지면 무조건 삼진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빠지지 않고 원하던 코스에 공을 던졌다. 정말 기분이 짜릿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난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던지는 것에 자신이 있다. 배영수 코치님과 권명철 코치님께서도 교체할 때 '지금 믿을 사람이 너 밖에 없다'고 기를 불어넣어주신다. 그 응원 덕분에 더 잘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인환(한화 이글스), 전의산(SSG 랜더스), 김현준(삼성 라이온즈) 등과 신인상을 놓고 경쟁 중인 정철원은 생애 한 번 주어지는 트로피에 큰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처럼 기록을 쌓아가며 열심히 한다면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특별히 신인상을 의식하며 공을 던지지 않는다. 올 시즌 목표도 신인상이 아닌 다치지 않고 1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갑내기이자 입단 동기인 곽빈, 박신지, 김민규 등이 먼저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었으나 정철원은 아직 1군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 적이 없다.

그는 이에 대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선발 투수,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 등 보직이 달라도 결국 다 같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또 박빙의 상황이든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든 늘 했던 대로 열심히 공을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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