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외국인에 취득세 중과 제대로 안된다

황재성 기자 2022. 9. 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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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리를 대대적으로 강화할 계획인 가운데 제도적인 허점으로 다주택 외국인에 대해 취득세 중과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세대원 파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거나 주택 취득시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원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보완책이 시행되면 다주택 외국인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취득세 추가 징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외국인의 다주택 취득에 대한 취득세 중과 개선방안’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보고서는 외국인의 국내 다주택 취득에 대해 합리적인 중과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외국인들의 투자 목적의 주택 소유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외국인 부동산 매입 증가…다주택자 확인 사각지대

15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주택자금 조달이 쉽다. 내국인의 경우 주택(공시가 15억 원 이상)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자금조달계획서 등 각종 금융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내법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 현지 은행을 통해 많게는 100% 대출로 국내 주택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는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2019년에 6000건대에 불과했던 연간 외국인의 주택 매수 건수가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8756건과 8186건으로 급증했다. 또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 45채의 주택을 매수하거나, 미성년자 외국인이 수십억 원대의 주택을 사는 경우가 나타났다. 외국인간 거래의 절반가량이 직거래로 이뤄지는 등 이상 징후도 포착됐다.

하지만 외국인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중과 조치 등과 같은 규제 방안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내국인은 세대별로 주택수를 합산해서 취득세가 중과되지만 외국인은 개인으로 등록돼 호적이나 가족관계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 살지 않는 외국인은 세대원 여부의 파악이 불가능해 1세대 다주택 여부를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외국인의 경우 1세대를 등록외국인기록표나 외국인등록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돼 있는데, 등록외국인기록표나 외국인등록표의 가족 기재사항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자체별로 외국인 주택 취득과 관련한 기초자료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게 한다.

그 결과,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송도국제도시 등이 위치한 인천시에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다주택 취득세 중과 사례 9249건 가운데 외국인은 41건(이중국적자 포함)에 불과했다. 또 경제자유구역과 국제학교, 352개 외국인 투자기업 등이 위치한 대구에서도 같은 기간 3494건의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조치가 이뤄졌는데 외국인은 3건에 그쳤다.

연구원은 “상당수의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다수 취득해도 내국인과 달리 중과세 부담이 어려운 이른바 사각지대에 노출된 상태”라며 “이는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며, 세제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쟁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제도 개선으로 수백억 원 대 취득세 추가 징수 기대

연구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2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현재 운용 중인 중과제도가 내·외국인 간에 형평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의 틈새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국내 비거주 외국인이 주택을 취득할 때 내국인이나 거주 외국인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신설)하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방안 도입은 상호주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게 걸림돌이다. 상대국이 우리 국민에게 부여하는 대우와 동등하게 우리 정부도 상대국민을 대우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중과제도의 빈틈을 메울 개선책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다. 개선방안은 모두 5가지다.

우선 외국인 1세대 판단기준을 등록외국인기록표로 일원화하고 지자체에 등록외국인기록표 제공하는 것(①)이다. 여기에 외국인 주택 취득시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서’ 제출 의무화해 외국인의 세대 판단에 활용하게 하는 것(②)이다.

또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이뤄진 세대에 대해선 ‘세대별 주민등록표’와 ‘가족관계증명서’,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서(순수 외국인등록자 경우)/국내거소신고 사실증명서(해외동포거소자 경우)’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③)도 도입해야 한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는 기초자료 및 원천데이터의 구축과 원활한 제공(④)과 외국인의 지역별·용도별·유형별 주택 보유 현황 데이터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⑤)도 필요하다.

연구원은 이러한 개선방안이 마련된다면 2020~2021년에 적용돼야 했지만 누락됐던 외국인들의 다주택 취득세 중과액(연간 기준)이 최대 300억 원가량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 내년부터 외국인 부동산 관리 대폭 강화된다

한편 국토부는 외국인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통계를 제작 관리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내년 예산안에 외국인 주택보유조사 필요경비로 3억 원을 책정한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주택보유조사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예산 요구 이유로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취득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용도별, 유형별 (외국인의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데이터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의 토지 보유·거래 관련 통계를 6개월 주기로 생산하고 있지만, 주택 관련 통계는 생산하고 있지 않다.

국토부는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이를 연내 마무리하고 외국인 주택 거래 관련 통계를 시범 생산한 뒤 검증을 거쳐 내년 1분기 국가승인통계로 공표할 계획이다. 이 통계에는 대법원 건축물 등기자료와 건축물 대장, 국토부의 실거래자료 등이 연계된 정보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또 외국인의 투기적 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대상자(외국인 등)와 대상용도(주택이 포함된 토지 등)를 정해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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